정부의 보유세 개편 확정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진 부동산 시장은 과연 어디로 튈까.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당분간 거래 없는 한산한 분위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런 관망이 끝나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다주택자와 과세표준 6억~12억원 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0.75%에서 0.1%포인트 올린 0.85%로 올리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과표 6억원 초과에 0.3%포인트의 추가 과세를 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업계는 예상보다 미지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표 6억~12억원 1주택자의 경우 시가로 따지면 23억~33억원 수준인데, 종부세 인상액이 연 수십만원 수준이라 실제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과표 6억~12억원에 해당하는 다주택자(시가 19억~29억원)도 연간 종부세 인상액이 수백만원 수준이라 1년에 수억원이 오르는 시세차익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도 다주택자의 종부세 압박이 커지긴 했지만 당장 매물을 내놓지 않고 증여나 임대등록 등을 통해 정부 규제를 피해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다주택자는 당장 매각하려고 하기 보다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듯하다”며 “다만 일부 다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록에 나서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시장도 당분간 한산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10·29 부동산 정책을 통해 종부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2003년 초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0.43%, 서울은 11.9% 올랐는데, 종부세 도입 선언 이후인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전국은 0.78%, 서울은 1.54% 하락하며 정책 ‘약발’이 한동안 먹혔다. 2004년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가 0.58%, 서울 아파트가 1.02% 하락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종부세 인상으로 심리적인 위축이 따를 것”이라며 “집을 사고 싶은 사람도 거래가 없고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우려 탓에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아 거래가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종부세 인상에 따른 반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5년 8·31 정책을 통해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 공시가를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낮춘 이후 2006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3.75%, 서울은 24.11% 오르며 ‘정책 실패’로 끝난 사례도 있다.

특히 이번 보유세 개편과 관계가 없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신규 분양시장에 몰리며 강북·수도권 주택시장이 들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기 지역의 신규 분양시장은 당분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잔금 시점 이후 재산세가 부과되는 만큼 보유세 인상과 당장 무관한 데다, 이와 별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가 계속되고 있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규 단지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급매물을 쏟아내는 투매나 가격 급락은 없겠지만 당분간 매매가는 제자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 기존 주택시장에서 분양시장으로 이동한 수요자의 구매 선호를 고려할 때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 감소와 수요 위축은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종부세 개정안은 1주택자를 배려하고 있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려는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