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의 개인사업자대출이 10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200조원가량이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6월말 213조원을 넘어섰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213조1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말 202조8215억원보다 10조3310억원(5.1%)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5월말보다도 1조7837억원 불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62조5679억원으로 2조4664억원 늘었고 신한은행은 41조50억원으로 2조3952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39조5713억원으로 2조3462억원 늘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1조9595억원, 1조1637억원씩 증가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개인사업자대출 급증이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강화에 나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감독국 산하 자영업자대출전담반을 꾸려 개인사업자대출 규모 등을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현황 파악인데 실제 자금용도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쉽지 않다"며 "대략의 (증가규모나 연체율 등) 개요는 알고 있지만 상세하게 봐야하는 부분이 있어 상세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의 용도별 자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도 지난달 말 사업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등 대출 용도 외 자금으로 사용한 것을 적발하면 즉시 상환을 요구하고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자금 용도 외 유용 사후 점검 기준 개정안)을 은행연합회 주도로 내놨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인사업자대출 시장을 놓고 은행권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규제 강화 이후 개인사업자대출 시장으로 은행들이 몰리고 있다"며 "최소 수 천 만원이 나가는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일일이 용도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은행 직원들이 계속 가게에 찾아와 어떤 대출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데, 금리도 낮은 편이라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다"며 "2000만원 사업자금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돈이 급해 500만원은 다른 용도로 쓴 적도 있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문제는 총량적인 분석뿐 아니라 미시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미시적인 분석이 가능한 통계가 별로 없다"며 "전수조사가 아니더라도 표본조사를 통해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얼마를 빌려, 어떤 용도로 썼고 그들의 부채상환능력은 개선됐는지 악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을 때 개인 자격으로 받으면 가계대출이고, 사업자등록번호로 받으면 사업자금대출"이라며 "회색지대인 개인사업자대출을 통계로 잡을 때 가계부채의 영역 안에 넣어서 진단이든, 처방이든, 규제든 정확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