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부진이 지속되면서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 투자를 했던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선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공여 잔고가 줄어들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이달 들어 지난달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신용융자가 줄었다는 것은 개인이 직접 갚은 것일 수 있고,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팔아 치우는 반대매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개인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잔고는 11조4481억원으로, 지난 달 25일부터 7월 4일까지 7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4월 19일(12조652억원) 12조원을 돌파한 이후 12조원 대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약 2개월만인 6월 22일(11조9689억원)에 11조원대로 내려앉은 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신용공여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살 목적으로 증권사에 신용 대출을 받아간 자금으로, 투자자는 매수 금액의 40%를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 60%는 증권사로부터 빌린다. 신용공여 잔고가 늘어날 수록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대개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주식을 사고자 몰려들 때 신용공여가 급증한다.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은 기간이나 증권사별로 다르지만, 최소 4% 이상이다.
반면 주가가 떨어져 주식담보비율의 140%에도 미치지 못 하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반대매매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반대 매매를 당하면 매도 물량이 많아져 주가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처할 수 있다.
2개월 전만해도 2500대였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2200대로 추락했다. 동시에 신용공여 잔고가 줄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반대매매를 당했거나, 빚내서 샀던 주식을 손절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용공여 잔고가 줄어드는 동시에 거래대금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조9065억원으로, 6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인 12조4457억원에 비해 약 28.44% 줄었다.
지난 4일(8조77억원)에는 증시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치를 찍었는데, 2017년 9월 29일(7조8136억원) 이래 약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7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5월 15조원에 육박했던 것에 비해 약 6조원이 줄었다.
지난 2분기(4~6월) 거래대금 증가로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던 증권사들도 힘겨운 3분기를 보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G2(미국과 중국) 양국이 전세계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강도 높게 대치하면서 이번 무역 분쟁의 충격이 증시에 지속될 수 있어서다. 이는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일 평균 거래대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증권주가 지속적으로 조정을 받았다"면서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대외 요인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전까지 무역 분쟁을 지속적으로 이끈다는 가정 하에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반등할만한 요인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