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가 최근 월 1만원대의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지만 영세업자를 죽이기 위한 통신 3사와 공공기관의 출혈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넥스텔레콤'은 4일 월 9900원에 데이터 2기가바이트(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50건을 제공하는 'LTE 99'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브랜드 '유플러스(U+)알뜰모바일'을 운영하는 미디어로그는 4일 랄라블라 요금제를 출시했다.

같은 날 LG유플러스의 'U+알뜰모바일'은 뷰티 스토어 '랄라블라'와 함께 랄라블라 요금제를 내놨다. 월 1만3500원에 데이터 2GB, 음성통화 2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한다. 7월 가입 고객에게는 평생 월 1만2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 업체 '큰 사람'은 3일 월 1만4850원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국민통신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보편요금제(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는 현재 월 3만원대에 제공 중인 이동통신 서비스(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를 SK텔레콤 같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2만원대에 의무 출시하게 하는 제도다. 국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국내의 전체적인 통신 요금을 낮추는 게 목표다.

보편요금제는 6월 21일 국회에 제출돼 통과 유무에 세간의 이목이 몰린 상황이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10월 말이나 11월 법안 심사 때 보편요금제 법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알뜰폰 업계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이유로 보편요금제 도입 저지가 꼽힌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업계의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의 수익 절반이 없어진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비슷해지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 3사의 멤버십 혜택 같은 부가적인 혜택과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통신 3사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며 "알뜰폰 업계 모두 흔들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 3사를 모회사로 둔 알뜰폰 업체들과 우체국 같은 공공기관의 출혈경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출혈경쟁 속에 자금 경쟁력이 없는 영세업자들은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수익이 잘 나지 않고 현재 적자도 매우 심한 상태다"며 "자금력 좋은 통신 3사의 알뜰폰 업체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게 되면 누가 재무 능력이 상대적으로 불분명한 영세업자의 알뜰폰을 쓰겠느냐. 알뜰폰 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동전화 선·후불 요금제별 회선 수' 통계를 보면 알뜰폰은 2011년 도입 이후 현재 약 75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알뜰폰 업체 전체 매출을 보면 2014년 4555억원에서 2016년 8380억원으로 늘었지만 매년 누적 적자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해 누적 적자는 3300억원을 넘었다.

알뜰폰 업체수는 2014년 27개, 2015년 38개, 2016년 39개, 2017년 43개로 늘었다. 하지만 알뜰폰 업체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알뜰폰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마케팅 출혈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마트는 4월 알뜰폰 사업을 철수했다. 홈플러스도 작년 11월 알뜰폰 사업을 종료했다. CJ헬로의 알뜰폰 서비스 '헬로모바일' 분위기도 좋지 않다. 반값요금제·0원 렌탈처럼 색다른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 모두 출시하면서 스탠스가 정확하지 못했다"며 "이번 저가 요금제 출시는 알뜰폰 업계가 보편요금제와 통신 시장에 대한 대응을 확실히 하겠다는 측면도 크다.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가 통신인 만큼 이번 기회로 정부와 기업·국민들의 서로간 신뢰를 되찾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