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지희(29·가명)씨는 최근 한 브랜드 의류를 해외에서 직접구매 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해외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자동적으로 국내 수입사의 온라인 몰로 연결된 것이다. 해외 사이트 접속은 가능했지만 한국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한씨는 "같은 브랜드도 국내와 현지 가격이 최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 해외직구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해외에서 구매하겠다는데 국내 수입사가 횡포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해외직구가 보편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을 해외직구의 매력으로 꼽는다. 언어 장벽과 오랜 배송기간에도 불구하고 매년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그러나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국내 의류 회사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의류 회사들은 한국에서 해외 의류 사이트 접속을 막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LF(093050)가 수입하는 미국 액세서리 브랜드 '콜 한(Cole Haan)'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미국 현지 주소인 'colehaan.com'으로 접속했지만 자동적으로 한국 도메인임을 뜻하는 'colehaan.co.kr'로 연결된다. 사이트 상단엔 LF의 공식 쇼핑몰인 LFmall이 적혀 있고, 가격 또한 원화로 표시돼 있어 이 사이트가 LFmall과 연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브랜드의 현지 가격이 한국보다 크게 저렴하다는 점에 있다. 가상사설망(VPN, Virtual Private Network)을 사용, 컴퓨터의 인터넷상 주소인 IP를 캐나다에 할당된 것으로 바꿔봤다. 한국 IP로 접속할 때와 달리 현지 사이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같은 제품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2018 S/S 신상품 신발을 찾아봤다. 한국 사이트에선 할인 적용 후에도 18만6480원인 제품이 미국 사이트에선 할인을 적용해 71.97달러(약 8만원)에 불과하다.
관세법상 150달러 미만의 물품(미국산 의류는 200달러)을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경우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배송비가 약 20~30달러임을 고려할 때 이 신발을 해외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하면 배송비를 포함해도 100달러(약 11만원) 내외다. 한국보다 40%가량 저렴한 셈이다.
사이트 접속은 가능하지만 구매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역시 LF가 수입하는 미국 중고가 브랜드 '빈스(Vince)'의 영문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LFmall과 연동된 한국 주소로 강제 접속되진 않지만 주문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국가를 한국(South Korea)으로 설정하자 주소와 우편번호를 제대로 입력했음에도 결제 단계로 진행이 불가능했다. 영문 순서가 한국 바로 앞인 남아프리카(South Africa)는 물론 칠레, 나이지리아 등 국가를 선택했을 땐 무난하게 결제가 이뤄지는 것과 대비된다.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 내 브랜드 독점계약을 했다 해도 일개 기업이 시민의 '정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월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씨는 "사실상 인터넷 검열이나 다름없는 행태"라며 "국가도 아닌 일개 기업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접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F는 소비자 불만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LF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은 물론 최근 병행수입, 해외직구 등이 활성화하며 로열티를 주며 따낸 독점판매·운영권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 현실"이라며 "각 브랜드와 계약을 통해 온라인 몰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소극적 대응'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해외 직구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금액은 총 21억1000만달러(약 2조3500억원)로 2013년의 10억4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에서 4년만에 두배 이상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 직구 저변 확대, 달러 및 엔화 약세 등 환율 하락,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할인 행사로 직구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