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온라인 의류 쇼핑몰 업체 스타트 투데이는 3일(현지 시각) "자동으로 신체 치수를 측정해주는 '조조슈트'를 이용해 맞춤 정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이달 말부터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세계 72국에서 자사 쇼핑몰에서 맞춤정장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전신에 착용하는 조조슈트를 무료로 배송할 계획이다. 조조슈트에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1만5000개의 센서가 내장돼 있다. 이 슈트를 입고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360도 돌면 허리·허벅지 둘레 등 12가지 신체 수치가 밀리미터(㎜) 단위로 스마트폰 화면에 뜬다. 이 수치를 쇼핑몰에 저장하면 일주일 안에 집으로 맞춤 정장이 배달된다. 매장 유지비나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맞춤 정장 2벌과 와이셔츠 한 장을 2만1900엔(약 22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조조슈트로 측정한 신체 치수가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모습. 12가지 신체 치수가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됐다.
일본 온라인 의류 쇼핑몰 스타트 투데이가 내놓은 자동 신체 치수 측정 장비‘조조슈트’를 입은 모델들의 모습. 조조슈트에는 1만5000개의 센서가 내장돼 있어, 구매자의 정확한 신체치수를 알려준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들이 '옷 쇼핑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집에서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는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객은 직접 매장에 갈 필요가 없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온라인 업체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을 줄여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집에서 주문하는 맞춤 정장

스타트 투데이는 사이즈로 인한 환불 요구 증가에 고민하다가 조조슈트를 개발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뉴질랜드 센서 전문기업 스트레치센스와 손잡고 아무리 늘어나도 성능이 유지되는 신축 센서를 개발했다. 슈트 안쪽에 붙은 각 센서들은 착용자의 스마트폰과 연결돼 허리둘레, 팔 길이 같은 신체 치수를 자동으로 전송한다. 소비자는 사이즈를 고민할 필요 없이 옷 디자인과 재질만 확인하면 마치 매장에서 옷을 입어본 것처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살 수 있다. 슈트를 입는 것만으로 모든 신체 치수가 자동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의사 표현이 어려운 유아나 장애인, 노인의 옷 구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마에자와 유사쿠 창업자는 "사람이 옷에 맞추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옷이 사람에게 맞추는 시대"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부터 가상현실(VR) 쇼핑 체험 서비스인 바이플러스(Buy+)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플러스는 온라인 쇼핑에 가상현실 기술을 결합한 쇼핑 서비스다. 알리바바가 별도 판매하는 VR기기를 머리에 쓰면 가상현실 속 전 세계 유명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며 옷을 고를 수 있다. 가상현실에서 손으로 옷을 들면 색상과 가격·재질 등 상세 정보가 음성으로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2차원 사진이나 영상만 볼 수 있지만, 가상현실에서는 제품을 360도 돌려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쇼핑 돕는다

매장 직원 대신 인공지능이 의류 쇼핑을 돕는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인공지능 비서가 사용자에게 맞는 옷을 골라 추천해주는 에코룩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장착된 카메라로 전신을 촬영해 아마존 쇼핑몰에서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준다. 인공지능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당일 날씨에 맞는 옷을 골라주거나, 최근 입었던 옷 패턴을 분석해 의상을 제안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3D(입체) 스캔 기술 업체 바디랩스를 인수하며 고객의 신체를 입체 형태로 분석한 후 체형에 맞는 옷을 추천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2월부터 인공지능 쇼핑 도우미 챗봇(채팅과 로봇의 합성어) '로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에 기반한 로사는 모바일 채팅을 통해 고객에게 맞는 옷을 추천해준다. 로사는 음성대화와 채팅을 통해 고객의 평소 행동과 관심사 등 100여 가지 특징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의류뿐 아니라 실내 소품과 식품 분야 판매에서도 로사를 활용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과)는 "신체 치수를 재는 전신슈트로 옷을 구매하거나 가상현실로 쇼핑을 하면 시간 절약뿐 아니라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며 "안방에서 편하게 옷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한 쇼핑 기술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