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지주회사들의 수익구조와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조차 수익구조와 지배구조에 대해 정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주회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될 부작용 우려가 상당하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 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3일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를 발표하며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개선 등 당초 기대와 달리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부작용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크게 ▲지주회사의 배당 외 수익 비중이 크고 ▲지주회사가 자회사보다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 증손회사(손자회사의 자회사)를 늘리고 ▲지주회사가 손자회사, 증손회사와 내부거래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 외 수익을 받고 손자회사와 증손회사를 늘려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면서 지배력을 확대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지주회사 수입은 크게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등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조사한 지주회사는 SK, LG, GS, 한진칼, CJ, 부영, LS, 제일홀딩스, 코오롱,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동원엔터프라이즈, 한라홀딩스, 세아홀딩스, 아모레퍼시픽그룹, 셀트리온홀딩스, 한진중공업홀딩스, 하이트진로홀딩스, 한솔홀딩스 등 18개다.

공정위는 "18개 지주회사의 배당수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8%에 불과하고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등 배당 외 수익 비중은 43.4%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 지주회사 → 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 외 수익을 많이 받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기흥 공정위 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관리하고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는 게 본래의 모습인데, 지금은 배당 외 수익 비중이 커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할 우려가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늘리고 배당수익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수수료와 임대료를 받지 않으면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동부' 브랜드를 가진 동부건설의 경우 2015년에 동부화재나 동부생명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아 회사 이익을 축소했다며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공정위도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를 받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들 회사가 과다하게 브랜드 수수료나 임대료를 받았다는 것은 아니고 실태(수수료나 임대료를 받는 것)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해외 기업들은 오히려 국내 지주사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 국내 지주사들은 자회사 매출액과 연동해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데, 일반적으로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의 0.2~0.3% 정도다. 미국의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이 비율이 2%이고, 미국 메리어트 그룹은 5~6%다.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를 받는 것을 '내부거래'로 정의하고 이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는 그룹에 소속된 계열회사 간의 거래행위를 말하는데, 브랜드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는 계열사가 아닌 외부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게 문제여서 외부거래를 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수익구조가 그렇게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내부거래를 많이 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 아니냐"고 했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브랜드 수수료·부동산 임대료 등을 받아 총수 일가를 포함한 주주에 배당하는 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라는 공정위의 지적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18개 지주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각각 다르지만 SK(30.63%), LG(31.9%), 한진(25.34%), LS(23.06%), 하림(33.74%), 하이트진로(28.96%) 등은 30% 안팎이고 한라(23.6%)와 한솔(15.05%) 등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부당하게 브랜드 수수료나 임대료를 받은 뒤 총수 일가에게만 배당했다면 문제가 있지만, 정상적인 거래로 수익을 올리고 모든 주주에 배당한 게 어떻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아서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게 설립 취지인데, 왜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주회사가 브랜드 사용료나 부동산 임대료가 아니면 무엇으로 수익을 내느냐. 지배구조 모범이 없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강요했으면 그런 것으로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주회사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지주회사가 상장사 자회사의 경우 지분 20%(비상장사는 40%) 이상만 들고 있으면 된다. 박 과장은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인데, 정상적이라면 배당수익이 주가 돼야 한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만약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높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천억~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예를 들어 ㈜SK(034730)SK텔레콤(017670)지분 25.22%를 들고 있는데, 의무 보유 비율이 30%로 높아지면 추가로 4.78%를 매입해야 한다. SK텔레콤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8조5000억원으로 4.78%의 지분을 사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약 9000억원이 필요하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의 규모가 지주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경우가 많아 지분율을 확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브랜드 수수료와 임대료를 받고 있는데,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