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해임 안건을 가결했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233개의 회원사가 참석(위임 170명 포함)했으며 224개 회원사가 해임안에 찬성했다. 안건은 전체 회원사(약 400개)의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자의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상철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경총은 파행적 사무국 운영, 경제단체 정체성에 반한 행위와 회장 업무지시 불이행, 경총의 신뢰 및 명예실추 등을 사유로 송영중 상임 부회장의 해임안을 (회원사에) 제안했고 표결 결과 224명이 찬성해 가결됐다"며 "후임 부회장에 대해서는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선임 절차를)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경총은 다음주에 전형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10일 취임 당시부터 '친(親)노동계 인사라 사용자 쪽을 대변하는 경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총은 최저임금위, 노사정위, 4대보험 관련 위원회처럼 노사 간 이해가 걸린 협의체에서 기업 쪽 대표로 참여하는데, 송 부회장은 노동자 보호가 주 업무인 노동부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송 부회장이 취임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총을 장악하기 위해 친노동계 인사를 투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은 정부 정책에 반하는 발언을 자주 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김 전 부회장은 작년 5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판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경총은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불호령을 받고 결국 올해 초 물러났다.

송 부회장을 둘러싼 경총의 내부 갈등은 5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총은 5월 22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문제를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동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여야는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포함하기로 합의한 상태였고, 노동계는 산입범위를 넓히는 안에 반대하고 있었다. 경총은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인데,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에 반대하니 노동계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송영중 경총 부회장이 6월 2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며 경총을 적폐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결정은 송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논란이 일자 하루 뒤 "국회 논의 과정을 존중하겠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송 부회장은 "(당시 국회 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기엔 기업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로 넘기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부회장은 이후 약 일주일간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재택근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손경식 경총 회장과 상의 없이 임원 인사를 시도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총은 송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송 부회장에게 여러 차례 자진사퇴를 권유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했고 임시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에는 '손경식 회장에게 보내는 질의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질의서에서 "누군가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관한 국회입법 추진 과정에서 제가 노동계 편에 섰다는 논란을 제기하면서 5월 22일부터 보수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실상 해임하기에 이르렀다"며 "경총 회장으로서 대국회전략, 대언론전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사무국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방안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했는지 ▲조직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지 ▲회장의 명을 받고 사무를 처리해야 함에도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손 회장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게 많다. 직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송 부회장은 해임 위기에 몰리자 경총을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하며 경총 사무국이 개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총을 개혁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갈등이 생겼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끔 경영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경총은 구태의연한 적폐 세력이다. 이들이 손 회장을 오도해 오판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 다 손 회장 구출 작전이다"고 주장했다.

송 부회장에 대한 해임안이 경총 임시총회에서 가결됐지만, 송 부회장이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송 부회장은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직무 배제를 명령했을 때 "직무 배제는 법률적 효력이 없다. 회원사들이 해임하면 수용은 하겠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3일 열리는 임시총회는 법적 효력이 없다. 해임안이 통과돼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답을 이미 변호사에게 받았다"며 말을 바꿨다. 송 부회장은 현재 휴대전화를 끄고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법적 대응을 하면 그에 맞춰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청와대가 송 부회장을 추천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본인이 직접 송 부회장을 영입했다고 했다. 그는 "이 분 이력을 보면 할 만한 분이다. 면접도 하고 내가 데리고 왔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이런걸 갖고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제가 했던 일이어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손 회장은 차기 부회장도 자신이 직접 뽑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부회장도 내가 전형위원회에 의논을 하겠다. 추천 건은 경총 회장한테 있다. 보면 알겁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