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취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의 해임 여부를 결정할 임시총회가 3일 오전 7시50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송 부회장의 거취 논란은 지난 2월 말 물러난 그의 전임자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의 회계 부정 의혹으로 옮겨붙으며 경총은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임시총회에 참석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총 내홍에 대해 "(비자금과 관련된)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 아무 문제 없다. 오늘 발표를 보라"며 임시총회장에 들어섰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날 임시총회에는 231개의 회원사가 참석해 송 부회장의 임면안건과 정관 개정안을 놓고 표결하게 된다. 회원사 과반이 참석해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이 처리된다. 임시총회는 9시까지 진행된다. 회장단에서는 손 회장 외에 윤여철 현대자동차부회장, 조규옥 전방 회장, 백우석 OCI(456040)부회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안병덕 코오롱(002020)부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심갑보 삼익THK 상임고문, 박복규 택시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총에서는 손 회장 외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김학권 인천경총 회장 등이 자리했다.

손 회장은 인사말에서 "임면안을 통해 사무국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하루 속히 수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관은 경총의 업무를 기존 노사관계 중심에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 이슈를 포괄하는 것으로 개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최근 경총 사무국 내 문제로 회원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스럽다. 혼란을 조속히 봉합하는 동시에 경총이 재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경총 사무국 인사체제를 확립하고 재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 절차 규정을 공개하며 사무국 내 일대 혁신을 일으키겠다. 앞으로 새로운 경총을 만들것임을 약속하고 책임있는 경제단체로 한단계 도약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기 둔화, 무역갈등,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상존하는데 무엇보다 일자리와 근로시간 문제는 우리 경제가 당장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재량근로제 개선을 비롯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개선방안이 입안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책개발 활발히 추진해 정부에 건의하고 사회적 대화 체제를 추진하겠다"며 "부문별·업종별·규모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분야별 위원회를 설치해 경총 정책개발 과정에 회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영자총연합회의 회장단이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임시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가장 주목되는 송 부회장의 해임 안건은 가결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한 회장단 관계자는 "송 부회장에 소명할 기회를 다 줬는데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오니 모양새가 참 안좋다"고 말했다. 다른 회장단은 송 부회장에 대해 "회장단 여론이 안 좋은 게 사실이고 송 부회장은 경총의 발전을 위해서도 안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송 부회장은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손경식 회장에게 보내는 질의서’를 공개했다. 그는 이 질의서에서 “누군가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관한 국회입법 추진 과정에서 제가 노동계 편에 섰다는 논란을 제기하면서 5월 22일부터 보수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실상 해임하기에 이르렀다”며 “경총 회장으로서 대국회전략, 대언론전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사무국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방안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했는지 ▲조직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지 ▲회장의 명을 받고 사무를 처리해야 함에도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송 부회장은 또 ‘회원사 제위께 요청드린다’며 “손경식 회장이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경영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사태를 호도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일부 경총 사무국 임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일부 간부들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송 부회장 거취 논란 외에 최근 김영배 전 부회장 시절 회계부정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총이 사업수입의 일부를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경총이 이런 식으로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한 상여금은 2010년 이후 연간 약 8억원이다. 경총의 직원은 100명 안팎이다.

김 전 부회장은 전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간기업에서는 상여금 지급을 노동조합과 상의해 결정한다. 노조가 없는 곳은 노사협의회, 경총은 직원협의회와 의논을 거쳐 지급하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다. 특별상여금 지급은 법적으로나 회계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업수입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