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 시행됐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주 68→52시간)은 '주 5일제'(2004년 도입) 이후 가장 큰 근무 여건의 변화로 꼽힌다. 단축된 근로시간을 어기는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을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정부는 연말까지 6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로 고소·고발된 사업장이 단순히 경영상 어렵다는 이유로 주 52시간 근무를 위반했을 경우는 6개월 처벌 유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고용부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과 '근로시간 단축 처리지침'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근로 감독 등을 통해 기업이 주 52시간을 제대로 지키는지, 휴게 시간을 제대로 주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는 전국의 사업장은 3627곳이다. 고용부는 주 52시간 근무뿐 아니라 하루 8시간 근무의 경우 1시간 이상(4시간 근무는 30분 이상) 주도록 돼 있는 휴게 시간을 지키고 있는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1일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출입문에 영업 시간 변경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백화점은 매장에서 일하는 협력 업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취지로 오전 10시 30분에 열던 식품관을 2일부터 11시에 열기로 했다.

다만 지난달 당·정·청 합의에 따라 위반 사항이 적발돼도 최장 6개월(1차 3개월+필요 시 3개월 추가)의 시정 기간을 줄 수 있도록 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했다. 고용부는 그러나 "인력 충원과 교대제 개편 등 상당 시일이 필요한 사업장의 경우에 시정 기간을 더 주는 것이지 무조건 3개월 시정 기간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고용부 신규 지침에 따르면, 근로시간 위반 사업장에 대해 고용부는 '개선 계획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 계획서엔 인력 충원, 교대제 개편, 유연근무제 도입, 생산 설비 확충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담도록 했다. 고용부는 제출받은 계획서 내용을 고려해 시정 기간 등을 정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6개월의 계도 기간은 위법에 대해 정부가 눈을 감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계도 기간에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의적이고 고의로 어기는 경우는 처벌 유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시정 기간이 부과되는 근로 감독 및 진정 사건과 달리 고소·고발된 사업주에 대해선 책임성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는 게 고용부 방침이다. 사업주가 인력 충원, 채용 계획 등 충원 노력, 교대제 변경이나 생산 설비 확충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정이 없으면 2개월 내 검찰 송치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단순히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근로시간 상한을 지킬 수 없었다는 것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노동시간 위반 이유와 정도 ▲사용자가 최대한 노력했는지 여부 ▲노동시간 단축 계획 제시 및 노조 협의 등을 수사에 고려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6개월 처벌 유예가 고소·고발 사건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가 연말까지 6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는 것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단속 강화와 처벌을 요구 중이다. 이에 따라 출장 중 근로시간 인정 범위 등 노사 간 이견이 있을 경우, 근로시간 위반 여부를 두고 노사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고용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업무상 지인과의 식사나 주말 골프 등 거래처 접대는 사용자 지시나 승인이 없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직장 내 회식과 권고 차원의 사내 교육도 마찬가지다. 해외 출장의 경우는 출입국 절차와 비행시간 등을 근로시간에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 등을 노사 합의로 정하도록 했다.

한편 1일부터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시간은 주 46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연소자의 근로시간 단축은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 근로에 대해선 8시간까지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수당을, 8시간 초과는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한 수당을 지급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