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가장 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신혜성(사진) 와디즈 대표는 "앞으로 의미 있는 '집단(Crowd)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Crowd)’과 ‘자금 조달(Funding)’을 합친 말로, 불특정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금융 기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한 회사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 한도를 7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확대하는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판교 본사에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판교 와디즈 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고무돼 있었다. 2012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회사 와디즈를 설립해 업계 1위 회사로 만들었지만, 늘 제도 불비(不備)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 97%는 일반 개인 투자자”라며 “개인 투자자가 전문 벤처 투자회사(VC) 못지않은 규모로 투자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국내 창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정보가 오픈돼 있어 투자 전문가들만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가 없고, 접근하기에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벤처 펀드, 은행 외에 자금 조달 수단(vehicle)을 하나 더 갖게 됐다.

최근 발생한 채권 부도 사고와 관련해선 “중개업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없어 채권 연장 처리가 안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 채무를 제 때 갚지 못할 경우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채무 조정을 시도할 수 있는데,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와디즈 플랫폼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경영자 평판 조회를 더욱 철저히 하고, 채권보다는 주식 발행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며 “플랫폼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후엔 투자자 보호·투자금 회수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행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와디즈에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인 기업·이벤트 소개 화면.

다음은 일문일답.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

“증권 발행 시장(ECM)에서 보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에 없던 시장이다. 자본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주로 상장 대기업이었다. 신생 스타트업뿐 아니라 비상장 중소기업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벤처 투자회사들과 경쟁할 가능성도 있나.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과 제도를 만들며 성장해 왔다. 비대면 실명 인증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투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와디즈는 스타트업이 가장 쉽게 투자자를 만날 방법이다. 벤처 투자자(VC)들처럼 정보 비대칭을 활용하는 일도 없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와디즈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증권사 법인 영업팀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편하게 투자자를 만나고 투자자들은 쉽게 좋은 투자처(기업)를 만날 수 있다. 기업의 마일스톤(milestone, 중요 지표)을 한 단계 당기는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벤처 투자 유치를 첫 마일스톤이라고 한다면, 이젠 그 앞에 ‘크라우드 펀딩 성공’을 마일스톤으로 세울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따른 지분 분산을 꺼리는 창업가도 있을 텐데.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주주가 많아지긴 하겠지만, 그보다 ‘창업자의 의사 결정이 얼마나 복잡해지느냐’가 중요하다. VC 투자 계약서를 보면 주주 동의 권한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계속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상법에 들어가지 않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벤처 펀드보다 크라우드 펀딩이 훨씬 자유롭다. 결국엔 창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채권 디폴트(부도)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 채권 발행 70건 중개했는데 처음 발생한 일이다. 6년간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이 일은 사명감 없이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중개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부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게 최대 8번까지 투자 위험을 알리는 까닭이다.

플랫폼의 역할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채권보다 주식 발행 비중을 높이고, 경영자 평판 조회도 철저히 하려고 한다.”

-ICO(암호화폐공개) 계획은 없나.

“ICO 사업을 직접 할 생각은 없다. 고민과 시장 조사는 많이 했다. 사실 ICO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과 구조가 99% 같다. ICO 마케팅에 10억원 정도 쓰는 회사도 많고, 우리에게 마케팅 해달라는 업계 요구도 많았다.

우리가 직접 하지 않고 중개자, 플랫폼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가장 좋은 방법은 전자증권이더라. 사업을 같이할 회사도 물색하고 있다.”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진행자를 위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자증권 사업에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겠다는 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외국에서 증권을 발행하려면 각 국가 증권법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데, 법이 국가마다 다 다르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특정 회사가 발행할 증권이 유효한지 입증해 어디에서든 쉽게 전자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구상이다. 블록체인 인증 기술을 활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상장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내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핀테크(fintech) 업체 중 첫 번째 상장 기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와디즈를 기업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이려고 한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 전 무료로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할 수 있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