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20원 선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원화 약세).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오른 11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30일(1124.6원) 이후 최고치다. 보름 전까지 107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1075.2원) 이후 12거래일 동안 49원 급등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9원 오른 1122.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중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이 나오면서 1120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상황과 관련해)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외환시장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은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다음달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양국 간 뚜렷한 협상안이 도출되지 않아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은 수출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해 위안화 주도의 아시아 통화에 대한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전날 미국 증시가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1.19% 떨어져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2600억원 정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