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택배 요금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택배업계는 경영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국토부와 택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화물을 집화·분류·배송하는 운송사업자(택배업체)에도 신고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제4조 제3호 신설)'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택배업체가 택배요금을 국토부 장관에게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신고요금제 대상은 구난차(레커)와 컨테이너 차량이다.

택배 신고요금제가 도입되면 택배업체는 △행정기관에 등록한 원가계산기관 또는 공인회계사가 작성한 원가계산서 △택배기사들에게 지급하는 택배 운임 요금표 △운임 및 요금의 신구대비표(요금 변경이 있을 경우)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택배 요금이 어떤식으로 구성됐고 거품은 없는지, 택배기사에 대한 '운임 후려치기'는 없는지 등을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수하물 터미널 모습.

일반적으로 국내 택배는 직접고용이 아닌 지입제(개인소유 차량을 운송업체 명의로 등록하고 화물을 운송하는 제도) 형태로 운영된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업체들의 배송외주업체인 지역 사무소에 소속돼 일하면서도 실제로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택배기사들은 직접 차량을 구입하고, 유류비와 자동차 보험료, 정비 등 차량 유지비를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이 받는 개(박스)당 택배 배송 수수료는 700~900원 수준이다. 택배기사들은 수입보전을 위해 식사시간까지 줄여가며 하루 평균 250여개의 택배를 배송하고 있을만큼 근로여건이 열악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요금제 도입으로 택배 요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택배기사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택배업체가 택배운임을 1000원이라고 신고한다면 1000원 이상을 택배 기사들에게 줘야하기 때문에 택배운임에 대한 일종의 하한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가 공개를 통해 현행 택배요금이 최저 이윤 수준에 머무르다는 점을 증명해 요금 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명분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배업체들은 요금 원가가 공개되면 가격 인하 압박과 출혈 경쟁이 더욱 심해져 산업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택배업체의 수익성이 낮아지면 택배기사 처우도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택배 평균 운임은 전년 대비 3% 하락한 2248원을 기록했다. 2011년(2534원) 이후 매년 1~3%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신고요금제가 시행 중인 컨테이너의 경우 2017년 기준 실제 거래운임이 신고운임 대비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선일보DB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집화와 배송, 간선, 중계 등 다양한 단계로 운영되고 있어 택배업체별로 서비스 수준이나 인프라, 물량 규모 등 원가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며 "택배요금은 택배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쇼핑몰 등 거래처와 협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고 획일적으로 하나의 요금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29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에 택배업계와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총리실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입법예고가 끝난 뒤 국무회의에 상정되기까지 기간은 통상 2~3개월 걸린다.

국토부가 택배업계와 의견을 조율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정부 부처가 시장 가격을 신고받는 제도에 대해 경쟁 제한의 부작용을 낳는다며 꾸준히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국토부가 작년 11월 콜밴(짐과 여객을 함께 싣는 밴형 화물차) 불법행위 근절 방안의 일환으로 콜밴 요금을 기존 자율운임에서 신고운임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지만,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공정위의 반대로 인해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공정위는 콜밴 요금 신고제가 도입되면 바가지 요금이 근절되기 보다는 운전자나 업체 간 담합 등 시장 질서가 교란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