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더불어 '노후 준비 3총사'로 꼽히는 퇴직연금의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퇴직연금 규모는 작년 말 168조원까지 증가했다. 2년 만에 약 42조원이 증가했다. 작년 7월부터는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퇴직연금 가입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내가 받는 퇴직연금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에서 일한 기간에 비례해 월급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적용하는 기업은 갈수록 줄고, 대신 성과급과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퇴직이 가까워졌을 때 월급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서도 연금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연봉 계속 오를 땐 DB형, 자유로운 운용 원할 땐 DC 형

퇴직연금 종류는 크게 확정급여형(DB·회사에 운용 책임이 있는 형태)과 확정기여형(DC·개인에게 운용 책임이 있는 형태), 개인형퇴직연금(IRP·개인이 스스로 가입하는 형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의 65.8%는 확정급여형, 25.1%는 확정기여형, 9.1%는 개인형에 각각 가입하고 있다.

확정급여형(DB)은 회사가 책임을 지고 퇴직연금을 은행이나 보험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은 퇴직 직전의 급여 수준으로 결정된다. 근로 기간 도중에 받는 급여가 퇴직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A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씨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김씨가 입사했을 때 월급이 100만원이었고, 매년 10만원씩 월급이 올라 30년 차에 390만원을 받게 됐을 때 김씨가 DB형을 선택했다면 그가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 적립급은 1억1700만원(390만원×30년)이 된다. DB형 퇴직연금은 대략 마지막 월급 곱하기 근속 연수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직장인 박씨의 경우 29년 차에 월급이 380만원이었고, 30년 차에 300만원으로 줄었다면 퇴직금은 9000만원(300만원×30년)이 된다. 퇴직 직전 월급 차이로 퇴직금도 2700만원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즉, 임금 상승률이 높거나 급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DB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만 급여 변동이 심하거나 줄어든다면 다른 형태를 고려해봐야 한다.

DB형과 달리 확정기여형(DC)은 회사가 매년 연봉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가 선택한 퇴직연금 계좌에 지급하는 것이다. 퇴직금을 매년 정산해주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근로자는 매년 지급받은 퇴직금을 예금, 펀드 등으로 자유롭게 운영하다가 실제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의 운용 책임이 근로자에게 있게 된다. DC형은 임금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근로자나 급여 변동이 심한 근로자 등이 선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퇴직연금 수령액을 늘리려면 급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경우 DB형을 선택했다가, 급여가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을 때 DC형으로 바꾸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임금피크제로 임금 줄기 전 DC형 전환 고려해야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경우는 어떨까. 임금피크제는 퇴직 직전에 대부분 급여가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그러니 임금피크제 진입 직전에 DB형을 DC형으로 전환하면 좋다. 예를 들어 30세에 입사해 25년을 근무하고 55세에 임금피크제에 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54세 때 급여가 월 900만원이고 59세 급여가 월 400만원일 경우 DB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60세 퇴직 때 퇴직금으로 1억2000만원(400만원×30년)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25년 근무 때는 DB형을 선택했다가 임금피크 이후 DC형으로 바꾼 경우 퇴직금은 2억2500만원(900만원×25년)에 5년간 추가 운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DC형에서 DB형으로는 다시 바꿀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떤 형태를 선택할지는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연금으로 받아야 퇴직소득세 감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퇴직금을 일시 수령한 경우 예치하거나 개인이 퇴직연금에 추가 불입을 원할 경우 180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는 계좌다. 안정적인 노후 소득 확보가 필요한 자영업자 등이 가입할 수 있다. 근로자의 추가 불입금이나 자영업자 불입 금액 중 최대 700만원까지 12% 또는 15%의 세액 공제도 가능하다.

퇴직연금을 어떤 형태로 수령하느냐도 문제다. 2016년 기준 퇴직연금을 한 번에 받아간 사람은 약 26만6000명인 반면 연금 형태로 받은 사람은 약 3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받을 경우 납부할 퇴직소득세의 30% 감면 효과가 있어 세제 혜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퇴직금처럼 일시금으로 전액을 한 번에 받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중도 인출해 사용하고 일부는 연금 형태로 본인만을 위한 노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