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달러화 환율 흐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횟수 상향 조정에 이어 최근 미중 무역 분쟁 격화 등이 달러 강세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 만큼 미국 경기 흐름과 무역 분쟁 판세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증권사들은 달러 강세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3분기 이후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상이한 분석이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원 내린 111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초 1060~107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이후 급등하며 5거래일 만에 1100원 선을 돌파했다. 25일 원·달러 환율은 1117.2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14일(1118.1원) 이후 7개월여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채권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약화하면서 국내 증시 등 신흥국 증시에서는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간 치솟은 달러화 가치의 약세 전환이 외국인 귀환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한다.

◇ “강달러 곧 진정될 것...하반기 주요국 경기 회복 및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다수의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 분석했다.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가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후반부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통과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기간 연장을 선반영한 유로화 약세 현상이 진정되면서 달러는 약세로 반전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신흥국 자금 이탈 우려도 완화되며 (증시가) 안도 랠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나홀로 호황’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지만 3분기부터 유럽과 중국 경기의 반등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는 2분기말과 3분기 초로 넘어가면서 점차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수출 경기 회복으로 국내 달러화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원화가 달러화 대비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최근 달러 강세의 주된 요인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7월과 11월이 달러 약세로 전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 완화가 달러화 방향성 전환의 핵심”이라며 오는 7월 6일 관세 부과 시점까지 미국과 중국이 타협할 수 있다면 약달러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공세가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후 강달러 유발 요소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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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통화 정책·유럽 리스크 등 강달러 재료 수두룩”

반면 달러 강세 흐름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증권사들은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해외 금융사 바클레이즈는 “달러 강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다른 국가 간 통화정책에 격차가 발생하면서 기존 예상보다 달러 강세가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세폭은 크지 않지만 강달러 흐름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미국 인플레이션 정상화에 따른 장기 금리 상승 △미국과 미국 외 지역 간 경기 개선 속도의 차이 등이 달러화 강세를 지속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신흥국 투자 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량한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이 부각되면서 신흥국 통화 대비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강달러 현상이 잠시 주춤했다가 내년 상반기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금리 전망 점도표를 4차례로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오는 9월까지는 실제로 추가 긴축이 단행되지 않음에 따라 일시적인 달러화의 되돌림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 물가 상승 가능성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는 점, 미국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성장 모멘텀을 강화시킨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긴축 속도가 유럽보다 빠를 것이라는 점 등이 달러화 강세 재료”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정치, 경제 리스크가 내년 다시 부각되면서 유로화 약세를 유발해 달러 강세가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