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외화부채 규모가 큰 기업들의 환손실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조선비즈가 기업정보 분석업체 와이즈에프앤에 의뢰해 지난 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 상 기업의 외화자산·부채를 집계한 결과, 항공과 정유, 에너지, 화학 업종 기업 중 상당수가 외화부채 규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별도기준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주석에 외화 자산 및 부채에 '환율변동의 영향을 받는 외화자산·부채 내역'을 기재한 상장회사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15일(1123.0원) 이후 7개월래 최고치인 1109.1원을 기록했다가 20일 주춤했다. 21일 오후 2시 현재는 전날보다 2.5원 오른 1108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9일까지 5거래일동안 30원 이상 급등했다.
최근과 같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기업은 외화 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각종 비용을 외화로 거래하는 항공이나 정유업종은 환율이 높을수록 손해를, 낮을수록 수혜를 본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외화금융부채 규모가 큰 회사에는 환율 상승과 더불어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올해 4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强 달러에 직격탄 맞을 것
달러 강세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항공부문이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달러부채 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7조9993억원, 1조6092억원이었다. 반면 달러자산의 보유 규모는 각각 9273억원, 2880억원에 불과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달러화 자산 대비 달러화 부채의 규모가 각각 8.6배, 5.6배씩 많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대한항공이 외화 환산손익 때문에 작년 실적이 굉장히 잘 나왔는데, 환율이 역전되면 올해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전년 대비 외화환산이익 증가폭 1조원에 힘입어, 4년 연속 당기순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개선에는 수년간 이어져온 저유가도 한 몫했다. 유가 하락으로 영업비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연료유류비가 줄어 영업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달러 강세에다 유가마저 고공행진하고 있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그 외 달러화자산 대비 달러화 부채가 많은 회사는 한국가스공사(036460), Soil, SK텔레콤(017670)등이었다.
한편 집계 대상이었던 상장사 가운데 달러화 부채의 절대 규모가 가장 컸던 업종은 은행으로, 우리은행, 기업은행(024110)등의 달러 부채는 각각 24조4897억원, 14조118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달러자산 또한 많다. 은행은 달러부채를 대부분 고객의 외화 예수금(외화 자산)을 활용해 은행간 빌려주는 '콜론(초단기자금)'으로 운용하는데, 부채만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 "달러 강세 연말까지 간다" 예상 우세...기업 부담 늘어날듯
전문가들은 올해 전반적으로 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여름 잠시 상승세가 주춤할 수는 있겠으나, 다시 탄력을 받아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 미국의 물가 상승 가능성이 다른 국가보다 크고, 미국의 감세와 인프라투자 확대 등 재정정책은 성장 모멘텀을 강화시키며 달러화 강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가을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미국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2차례 더 인상하게 되면 긴축 속도가 유럽보다 빠르고, 신흥국 경제의 상대적인 성장 모멘텀 약화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벌어져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문정희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5월 달러 강세에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이었으나, 6월 초 북미 정상회담 종료, 미국과 유로의 상반된 통화정책 결정,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등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줬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변수인데, 조정 구간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불안까지 확대돼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 원·달러 환율의 상승 지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