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이 감소하게 되면 한국 대(對)중국 수출에서 80%가량을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은 한국 등에서 부품과 반제품을 수입한 뒤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에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량 감소는 즉시 한국의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수입액의 약 10%)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연간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도 연간 282억6000만달러(31조원) 줄어든다고 추정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감소액은 작년 기준 대중국 수출액 1421억2000만달러의 19.9%, 작년 기준 총수출액 5736억9000만달러의 4.9%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간 갈등 심화로 미국과 중국, EU 관세율이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 세계 무역량이 6% 줄어들고 한국의 총 수출액도 6.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수출뿐 아니라 내수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중국의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등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일 경우 국내 생산 감소로 인해 국민 소득 감소, 정부 세수 감소 등 내수 부진을 부추기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출에 의존하던 국내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도 수익을 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6일로 관세 부과 시기를 정해놓은 만큼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다음달 6일부터 34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중국산 재화 수입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160억 달러 규모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여론 수렴을 거쳐 관세 부과를 확정할 계획이다. 총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할 방침인 것이다.

관세 부과 대상은 총 1102개 품목으로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 공학, 신소재·자동차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 포함됐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 육성 중인 제품들이다.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자동차 등 중국산 수출품 가격을 크게 올려 제품 수출길을 사실상 막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중국은 우선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중 340억 달러 상당의 농산품과 자동차, 수산물 등에 대해 다음달 6일부터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나머지 화학 공업품과 의료설비,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보복 관세 부과로 두 나라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 카위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아시아 책임자는 "불확실성 및 리스크 증대가 기업 확신과 투자를 짓누를 것이다"며 "그 중에서도 국가 간 투자를 위축시켜 중국과 미국, 다른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