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청구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총을 통한 경영권 복귀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

15일 롯데그룹과 법조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에 보석 청구서를 냈다. 신 회장은 이달말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참석하고자 법원에 보석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법정구속을 이유로 지난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났지만 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주총 안건은 신동빈 회장 해임안과 신 회장을 지지하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사장)에 대한 해임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 등이다. 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사이트를 통해 오는 6월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고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대표를 이사직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총 날짜는 오는 29일 또는 30일이 유력하다. 장소는 도쿄 시내 제국호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복귀 시도는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후 5번째다. 앞선 대결에선 신 전 부회장이 모두 패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4번의 주총에 모두 참석해왔지만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주총은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호텔롯데를 통해 주요 계열사는 물론 롯데지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자회사인 L1~L12 투자회사와 함께 한국 호텔롯데를 100%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하며 그룹 내 유통, 식품 계열사를 대다수 편입했지만 호텔롯데는 여전히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를 수직 지배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는 단일 최대주주 광윤사(光潤社) 주식 50%+1주를 손에 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4%에 불과하지만 54.1%의 지분을 보유한 종업원·임원지주회·관계사 등을 설득해 한일 롯데를 통합 경영해 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인 종업원·임원지주회·관계사 의결권은 사실상 일본측 임원진이 지니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고초 에이이치(牛膓栄一) 일본 롯데물산 대표 등 일본 측 경영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법정구속 된 후에도 일본 측 경영진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사장) 등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들은 이달초 일본 도쿄를 방문해 신 회장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으나 일본 측 이사진에게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