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이 2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헤지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私募)펀드를 말한다.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말 3조5000억원가량이었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올 5월 말 19조2400억원가량으로 크게 늘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 유형이 다양해진 데다 신뢰가 쌓이면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고 말했다. 초기 한국형 헤지펀드는 롱숏(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은 사고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 전략을 주로 썼다. 2015년 하반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투자자문사들이 대거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하면서 메자닌투자(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하는 기법)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가 등장했다. 최근엔 채권에 투자하면서 예금금리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채권 헤지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 평균 8.7%

시장에 나와있는 1251개 한국형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5월 말 기준)은 8.7%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가량 뒷걸음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과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한국형 헤지펀드 중 올 들어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알펜루트 Fleet 5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다. 이 펀드는 메자닌에 주로 투자해 연초 이후 80.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토러스증권의 '토러스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토러스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호'가 뒤를 이었다. 인수합병(M&A)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두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79%, 75.76%를 기록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새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3호'나 INJ자산운용의 '아이앤제이 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도 연초 이후 각각 74%가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

운용사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토러스증권이 연초 이후 43.1%의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알펜루트자산운용(35.5%), INJ자산운용(32.8%)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 금융 계열사 중에선 NH투자증권(7.7%), 신한BNPP자산운용(5.1%) 등이 연초 이후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1년 12월 16일 설정돼 가장 오래된 한국형 헤지펀드 중 하나인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Equity Hedge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연간 기준으로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 없이 매년 2~1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51.8%에 달한다.

◇500만원 있으면 '개미'도 투자 가능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펀드당 가입 인원도 49명 이하로 제한돼 있어 한국형 헤지펀드는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5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를 허용하면서 일반 투자자도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최소 가입 금액 500만원만 있으면 '개미'도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스마트 헤지펀드 셀렉션 혼합자산펀드'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혼합H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 펀드는 연초 이후 각각 5%, 2%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재간접 펀드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삼성자산운용의 재간접 펀드는 국내외 헤지펀드를 나눠 담는다. 다만,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에 투자할 땐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수수료가 일반 공모펀드보다 높다는 점이다. 공모펀드 운용사 몫인 운용 보수에다가 기존 헤지펀드 운용사 보수까지 함께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매입과 환매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 중도 환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기간(3년)이 일반 펀드보다 길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