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사장) 등 롯데 최고위 임원들이 지난 6일 일본 도쿄를 찾았다. 공식적으로는 8일 열린 투자 설명회 참석을 위한 출장이었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정기 주총을 2주 앞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에 "구속 수감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해 달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지배권 다툼을 벌이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한다. 지금까지 신 회장은 이사회 지지를 바탕으로 한·일 롯데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황 부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과 접촉해 신 회장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으나 별다른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신동빈 회장은 지난 12일 "주총에 참석하게 해 달라"며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롯데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창립 70년 만에 직면한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에서 열리는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자신의 경영 복귀와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4차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모두 이겼다. 일본으로 건너가 이사회와 주주에 신사업과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1대1' 설득전을 펼친 결과였다. 2016년 한국 롯데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도쿄를 찾아 주총에 참석했다.

총수 부재 상황서 처음 열리는 日롯데홀딩스 주총

롯데홀딩스는 한·일 양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기업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월 경영 비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황 부회장이 쓰쿠다 사장 등과 원격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총수 공백을 완벽하게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법 경영을 중시하는 일본 경영계 관행을 볼 때, 총수가 구속 수감된 현 상황을 이사회가 어떻게 해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 이사회가 신동빈 회장의 대리인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한국 투자금의 일부 회수,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내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주 "나를 지지하라" 日서 물밑작전

신동주 회장은 이달 말 주총을 경영 복귀의 '최적기(最適期)'로 보고 있다. 일본에 체류 중인 그는 물밑 접촉을 통해 롯데홀딩스 주주를 공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나를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분 27.8%의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종업원지주회는 그동안 이사회의 영향력 아래 있었으나, 이를 분리하겠다는 것이 신동주 회장의 전략이다. 신동주 회장은 지분 28.1%를 가진 광윤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종업원지주회 지지만 얻으면 장악이 가능하다.

신동주 회장이 2016년 주총을 앞두고 종업원지주회를 상대로 회원 1인당 2억엔(약 20억원)이 넘는 금액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적도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이번에도 신동주 회장 측이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키맨' 쓰쿠다 사장의 속마음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쓰쿠다 대표이사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 등 사내 이사 6명과 사외 이사 2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동빈 회장은 공동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사직과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쓰쿠다 사장이다. 스미토모 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금융맨으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인연으로 2009년 롯데홀딩스 사장에 발탁됐으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측에 합류했다. 2015년 7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서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한 것도 쓰쿠다 사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속내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 주변에서는 쓰쿠다 사장이 독자 경영에 나설 경우,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를 받는 호텔롯데 계열과, 한국 롯데지주 계열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