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석유회사 BP는 올 2월 “글로벌 원유 수요가 계속 늘어나 2035년쯤 정점(하루 1억1030만배럴)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라며 “전기자동차 대수는 2040년까지 3억2000만대로 증가할 것이며, 자율주행 차량도 전기를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네덜란드 석유회사 쉘은 BP보다 10년이나 빠른 2025년에 글로벌 원유 수요가 정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원유 수요절벽에 대비해 전기차 충전·배터리, 차량공유 서비스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자 ‘탈석유’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토어닷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 BP, 고속 충전 배터리 회사에 투자

BP는 지난달 투자회사인 BP벤처스를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토어닷(StoreDot)에 2000만달러(215억원)를 투자했다. 스토어닷은 5분 내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고속 충전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다. BP 관계자는 “고속 충전은 BP 전기화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토어닷은 유기 화합물과 나노물질로 배터리를 만들며, 휴대폰을 5분 내에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휴대폰 충전 기술을 전기차에도 이식한다는 전략이다. BP는 올해 초 모바일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 스타트업인 프리와이어(FreeWire)에도 500만달러(약 53억원)를 투자했다.

쉘은 지난해 10월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한 네덜란드 뉴모션(NewMotion)을 인수하기로 했다. 뉴모션은 서유럽에서 3만개 이상의 충전소를 운영중이다. 쉘은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필리핀에 있는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구축중인데, 향후 뉴모션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석유회사들이 교통수단의 전기화가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헝가리 석유·가스회사인 MOL은 올 1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차량 300대(전기차 100대 포함) 차량 공유 서비스인 ‘MOL 리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MOL은 자사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으며, MOL 리모를 사용하면 주차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MOL은 2020년까지 MOL 리모 서비스 차량 대수를 2배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MOL은 이에 앞서 2014년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선보였다.

◇ 에쓰오일, 벤처 투자 사업목적에 추가

국내 석유회사들도 전기차 배터리와 신사업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00년대 중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뒤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서산 공장 생산능력을 3.9GWh 규모에서 올 9월 중 4.7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 3월 착공한 헝가리 공장(7.5GWh)이 2022년 완공되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12.2GWh까지 늘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1.5%(2017년 기준) 수준이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올해 ‘벤처 투자 등 신기술 사업 관련 투자, 관리’를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연료전지 회사인 두산퓨얼셀 대표를 역임한 신미남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영입했다.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외이사로 평가된다.

GS칼텍스는 전기차, 세차, 정비, 카셰어링 등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에 6개월간 사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활동비 1000만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