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도출된 것만으로 증시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북한 비핵화, 경협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 등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미 및 남북 갈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줬을 수는 있으나 북미간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등에 대한 선언적인 약속만으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과 한국 경제의 저성장기 진입 등은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는 12일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 신지윤 KTB투자증권 센터장,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이사),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대체로 북미회담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립, 혹은 일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관계 정상화와 평화 체제, 비핵화,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상적인 회담이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동선언문에 담기지 않았다.
◇ 외국인 유입 기대 어렵다
센터장들은 이번 회담만으로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경수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이번 회담에 기대감이 있었다면 미리 산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면서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 원화 강세 요인이고, 외국인이 원화 자산을 늘리는 수요가 있을 순 있겠으나 크게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신지윤 센터장은 "지금 글로벌하게 보면 미국 금리 인상, 브라질이나 터키 등 신흥국 발작이 일어나고 있는 국면이라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외국인은 여러 이슈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텐데, 2분기 반도체 기대감이 크지 않아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매력적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기현 센터장은 "북미 회담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요소일 뿐"이라면서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요인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일구 센터장은 "한국 증시는 주요 산업 특성상 낮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일 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었다고 보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없다고 보며 정상회담만으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센터장들은 정상 간의 두루뭉술한 회담보다는 비핵화 및 경제협력와 관련한 구체적인 스케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북한투자전략팀장은 "정상 간의 대화는 상징적 의미일 뿐이고 실무적 단계로 들어가면 난제가 많아진다"면서 "경제적 효익이 금융시장에 전달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 많이 오른 경협주 옥석가리기 진행될 듯…금융주 주목 의견도
그러나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고 봐야한다는 센터장들의 진단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방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팀장은 "김 위원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경제적 자립 강화 및 열악한 민생 개선 의지를 밝혔듯이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문제는 비철금속(광물)과 철강, 건설, 철도 등 인프라 관련주가 연초 이후 이미 2~5배 오른 상태라는 점이다.
신지윤 센터장은 "인프라 관련주가 일단 무차별적으로 오른 상황"이라며 "인프라 관련주를 주목해야 하는 건 맞지만, 진짜 수혜를 입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박기현 센터장도 "일단은 경제협력 진행 과정을 보면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경제협력 단계에 들어가면 수혜 업종은 다변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조용준 센터장은 기존에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건설과 철강, 기계, 석유화학 외에 음식료와 제약, 섬유의복 등이 내수시장 확대에다 노동비 절감 등으로 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금융업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독일 사례를 보면 개발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금융업이 수혜를 많이 입었다"고 설명했다.
김일구 센터장은 인프라 중에서도 철도 투자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로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인력과 물자를 통제하지 못하지만 철도는 역만 통제하면 모든 물자를 통제할 수 있어 도로, 항만보다 우선적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또 "북한 또한 중국처럼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을 텐데, 민간기업은 정부가 최저이익을 보장해야 인프라 투자를 할 것"이라며 "남북은 물론 국내에서도 정치적 합의가 이뤄져야 경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