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백신으로 국내 최초,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으며 '백신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R&D)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게 제약업계의 평가다.

SK케미칼은 올해 2월 글로벌 백신 전문 기업 사노피 파스퇴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사노피 파스퇴르가 개발하는 범용 독감 백신에 '스카이셀플루'의 핵심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계약이었다. 스카이셀플루는 SK케미칼이 개발한 독감 백신이다.

범용 독감 백신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 백신을 말한다. 여러 바이러스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

SK케미칼이 사노피 파스퇴르와 체결한 기술 이전·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5500만달러(약 1670억원)로 국내 기업 백신 기술 수출 사상 최대 금액이다. 1999년 합성 신약 1호 '선플라'를 개발한 후 20년 만에 자체 개발한 백신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SK케마칼 연구진이 경기도 판교 SK케미칼에서 백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사노피 파스퇴르에 수출한 SK케미칼의 세포 배양 독감 백신 생산 기술은 기존 방식과 달리 동물 세포를 활용한다"며 "생산 과정이 빠르고 효율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SK케미칼은 2015년 국내 최초 3가 (3종류 바이러스 예방) 세포 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고 이듬해 세계 최초로 4가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 상용화에 성공했다. 두 백신은 출시 이후 3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4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돌파했다.

지난해 독감 유행으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미얀마의 경우 현지 보건당국이 특별 허가를 내려 스카이셀플루 4가를 긴급 공수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 적격성 평가(PQ) 인증을 통한 국제 입찰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수출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PQ 인증을 받으면 백신 국제 입찰 시장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지난해 PQ 인증을 신청한 3가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의 경우 공장 실사를 앞두고 있으며 4가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은 연내 인증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의 국내외 시장 공략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조스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판 허가를 받은 대상포진 백신이다. 지금까지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미국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했다. 조스타박스는 2006년 이후 10년 이상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독점해왔다.

스카이조스터는 지난 4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출시 5개월 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떠올랐다. SK케미칼은 스카이조스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출시 첫 해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웅제약, JW신약 등 다른 국내 제약사들과 공동판매 협약도 체결했다. 올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해외 시장은 대상포진 백신 도입이 필요한 이머징 마켓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공략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현재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스카이조스터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6억8500만달러(약 7400억원) 수준이다.

SK케미칼은 사노피 파스퇴르와 함께 2014년부터 차세대 폐렴 구균 백신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연구 개발 지원 하에 국제 백신 연구소와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구인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의 신규 '로타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궁경부암 백신, 수두 백신 개발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R&D·생산 기술 고도화에 발맞춰 백신 사업부문 분할도 추진한다. 다음 달 1일 백신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규 법인을 만들고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신설 법인명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칭)로 정했다.

SK케미칼은 지난 5월 2일 이사회를 열고 신설 법인 발행 주식 100%를 SK케미칼이 배정받는 단순 물적 분할 방식으로 백신 사업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6월 15일에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안건을 최종 승인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신설 법인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바이오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외부 투자 유치에 용이한 구조를 마련하겠다"며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은 지난해 말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각 사업회사의 전문성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 기업경영의 투명성 강화, 책임경영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