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제조업체 A기업은 올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빙과업체들은 통상 여름철에 근무 시간을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리고, 2교대로 24시간 제품 생산에 나선다. A업체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위해 수백명의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정부가 계절별 수요 변동이 큰 업계의 사정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7월 1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식품업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생산직 비중이 높은 식품 제조사는 물론이고 대다수 기업이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빙과업계 "성수기 코앞인데 시간이 없다"
10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식품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대처 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빙과 수요는 날이 더워지는 6월부터 상승세를 보여 7~8월에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한다. 빙과 제조 공장은 성수기엔 24시간 가동을 해야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한철 장사를 위해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빙과업계는 추가채용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메로나, 투게더 등을 생산하는 빙그레는 노조 협의를 거쳐 100여명을 추가 채용하기도 했다. 여름철 장사를 위해 정규직을 대거 채용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빙과업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고민 중이지만 성수기가 코 앞이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이번 여름에는 포장 등 단순업무 파트타입 채용을 늘리는 수 밖에 없을거 같다" 했다.
주류업계의 경우 생산직은 추가 채용을 하면 되지만 영업사원들의 근무시간 문제로 고민중이다. 식당, 주점 등 주요 '거래처'가 야간에 운영하기에 주류업체 영업사원은 야근이 일상이다.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은 것도 근로시간 산출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럽다.
국내 1위 소주 '참이슬'을 제조·판매하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생산라인 인력의 근무 시간을 재조정하고 채용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며 "영업직의 경우 탄력근무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 지방에 공장 있으면 추가 채용도 어려워
추가 채용을 결정한 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1위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해 200여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공공장이 농촌에 위치해 청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림 관계자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공장 인근 거주자 절대 다수가 노인층이어서 방학 '알바'가 아닌 정규직을 찾기 힘들다"며 "지방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급식업체들은 추가 채용 대신 반조리식품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급식 특성상 재료를 손질하는데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데, 미리 가공된 식품을 사용하면 실질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반조리 식품을 도입하면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급식업장을 2교대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매장 영업시간 단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여파를 극복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등 대형 유통사는 매장 영업시간을 기존 대비 30분~1시간 줄여 근무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방송을 송출하는 홈쇼핑업계는 일부 방송 제작 직군의 근무 가이드라인을 위해 고심중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라이브 방송은 3교대로 운영하지만, 인터넷 홈쇼핑 영상 제작과 편집 등 일부 직군은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기도 한다"며 "추가 채용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