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오는 20일 2차 회의를 앞두고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삼바와 금융감독원, 회계법인(안진, 삼정)이 제출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과 삼바, 회계법인은 감리위원회에 제출했던 자료들을 보강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7일 첫 회의에서 금감원, 삼바, 회계법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각각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증선위원들이 자료를 충분히 살펴본 뒤 증선위에 참석해야 하는 만큼 금감원과 삼바, 회계법인은 다음주 중으로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증선위에서 다루게 될 핵심 쟁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따른 회계처리 기준 변경의 타당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측정 자료 재활용의 부적절함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과대 산정 △2014년 사업보고서에서 콜옵션 기재 누락 △ 개발 초기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비를 일부 자산처리한 점 등 4가지로 요약된다.

7일 증선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

◇ 증선위, 감리위는 참고만...원점에서 재검토

증선위는 앞서 열린 감리위 내용을 참고하되, 이와 별개로 삼바 분식회계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13시간 동안 진행된 첫 회의에서 증선위원들은 금감원의 감리 결과와 삼바 측의 입장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지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증선위가 제출하라고 한 '추가 자료' 역시 새로운 내용이 아닌 기존 감리위에 제출했던 것들을 재요청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가 제출된 감리위에서 장시간 핵심 사항에 대해 논의됐지만 증선위에는 감리위원의 의견만 간략히 요약돼 보고됐다"며 "증선위원들이 사전 정보없이 선입견을 갖지 않고 심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삼바, 회계법인은 감리위 과정에서 각기 A4 용지를 가득 담은 박스 서너개 분량의 근거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에 제출할 자료도 이와 비슷한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감리위의 경험을 토대로 논리를 보강하고 근거 자료를 확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차 증선위는 양측 자료를 토대로 다시 대심제로 진행된다. 증선위는 표결이 아니라 합의 체제인 만큼 3차례 이상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증선위는 3차도 열릴 경우엔 임시회의가 개최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선위는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삼바에 대한 징계 수준을 확정하는 것이 목표다.

◇ 금감원-삼바, 고의성 관련 자료 보강에 중점

감리위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핵심 쟁점이 '회계처리기준 위반 여부'에서 '고의성'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감리위원 다수는 삼바가 회계처리기준을 일부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2~2013년 콜옵션 기재 누락, 개발비 자산 처리 등은 회계기준 위반이라는데 감리위원들이 동의했고, 삼바 측도 단순 실수라면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삼바가 고의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분식회계 관련 징계 수준은 고의성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의성이 있다고 입증될 경우 삼바 대표이사 검찰 고발, 대표이사 교체 권고, 과징금 부과 등의 중징계가 내려진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보고 대표이사 해임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의로 판단될 경우 검찰 고발이 이어지고, 검찰 고발시 이슈가 계속 이어지면서 영업 등 경영 상황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삼바 측은 당초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전환한 것이 회계법인의 객관적인 판단을 기초로 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금감원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세 차례의 감리위를 거치면서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되 중징계는 피해야 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선위에서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과실'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바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회계 처리 했다는 점을 감리위에 이어 증선위에서도 최선을 다해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환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증선위 민간위원 3인의 판단이 최종 결과를 가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학수 증선위원(감리위원장)은 앞서 열린 1차 회의에서도 감리위 때와 마찬가지로 '유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증선위원장도 민간위원 3인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