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급변으로 북방 경제 협력이 기대되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는 일본 움직임이 주목된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물류‧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남북 경협 확대로 시베리아 횡단열차(TSR)와 한반도 종단열차(TKR)가 연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자체 노선을 만들 경우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일본 트랜스 시베리아 복합 수송 협회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 복구 조정 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재일 러시아 연방 통상 대표부에서 제4회 ‘신규 시베리아 철도 수송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TSR 이용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일본은 TSR을 이용한 효율성을 근거로 러시아와의 물류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은 요코하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화물을 옮기는 비용을 계산했을 때 TSR을 이용할 경우 해상 운송보다 물류비를 30% 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시험수송 결과를 발표했다.

요코하마에서 러시아 극동 항만까지 해상 운송을 통해 화물을 옮긴 뒤 다시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TSR로 옮기는 방식이다. 요코하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해상 운송만으로 화물을 수송하면 48일이 걸리지만, TSR을 이용할 경우 25일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러시아도 중국횡단철도와의 경쟁을 이유로 향후 TSR 운임을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러시아 정부는 일본 화주의 TSR 이용 촉진을 위해 공동 시범 사업을 통해 TSR 수송 비용을 보조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일보DB

TSR을 일본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2016년 홋카이도와 사할린을 해저터널 철도로 잇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최근 올렉 벨로제로프 러시아 철도공사 회장은 일본 홋카이도, 사할린, 러시아 극동을 철도로 연결할 경우 연간 3000만톤의 물동량이 기대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 홋카이도와 사할린을 연결하는 천연가스용 배관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이 배관으로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할 경우 기존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류업계에서는 남‧북 경제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동북아 물류‧에너지 중심지인 러시아 극동 지역을 두고 일본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경협으로 TSR과 TKR이 연결될 경우 한반도가 유럽과 일본을 잇는 물류·에너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TSR과 TKR 연결 사업이 이뤄질 경우 물류비 절감 뿐 아니라 고용창출‧인프라 건설 등 경제적 이득이 기대되지만, TSR이 일본과도 연결되면 TKR로 들어올 물량이 일본으로 빠져 경제성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