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외국계 담배업체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타르 함량이 일반담배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가 적절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제 발암물질 함량이 일반담배보다 적음을 입증해 놓고도 니코틴·타르 함량이 많다는 점을 들어 위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담배업체 KT&G는 식약처 연구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어서 담배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국내 판매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DB

식약처 조사 대상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 BAT의 글로(Glo), KT&G의 릴(Lil)과 그 전용 궐련이다. 조사 대상 성분은 니코틴과 타르, 세계보건기구(WHO) 저감화 권고 물질 9개 성분 등 총 11다.

3개 제품에서 검출된 니코틴 평균 함유량은 1개비당 글로 0.1mg, 릴 0.3mg, 아이코스 0.5mg였다. 일반 담배 1개비당 니코틴 함유량은 0.01~0.7mg 선이다. 타르의 1개비당 평균 함유량은 글로 4.8mg, 릴 9.1mg, 아이코스 9.3mg였다. 일반 담배의 1개비당 타르 함유량은 0.1~8.0mg 수준이다. 릴과 아이코스는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높았다.

식약처는 니코틴·타르 함량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담배업계는 식약처가 단순 니코틴·타르 함량에 집중해 실제 발암물질 함량이 적다는 연구 결과를 숨기고 있다며 불만이다. 식약처 연구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제 발암물질 함량이 일반담배보다 적다는 내용이 동시에 담겨 있다.

연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WHO 저감화 권고 9개 성분 함량은 일반담배의 0~28% 수준에 머물렀다. WHO 저감화 권고 물질은 벤조피렌,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벤젠, 1,3-부타디엔, 일산화탄소 등 9가지다.

이날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물질을 적게 생성한다는 식약처 분석 결과를 환영한다”며 “일반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이 현저히 감소되었다는 식약처의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이코스의 유해물질 감소에 대한 당사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것이며,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담배의 '타르(TAR)'는 'Total Aerosol Residue'의 약자로 흔히 상상하는 끈적한 검은 물질이 아닌 담배를 태운 후 니코틴·수분을 제외하고 남은 물질을 의미한다. 타르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지만, 타르 자체가 발암물질이라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니코틴은 중독성이 있고 심혈관 수축으로 혈압을 높이지만 발암(發癌)물질은 아니다.

반면 KT&G는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인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담배업체 한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WHO 저감화 권고물질 함량이 일반 담배보다 낮음을 입증해놓고 타르량을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일반인들은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위해성과 직결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식약처 발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가 높게 검출됐으니 유해성분이 더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머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650~850℃에서 태우는 방식의 일반담배와 250~350℃에서 가열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생성되는 타르의 구성성분은 다를 수 있어 검출된 양만으로 유해성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의 10% 수준이라는 담배업체들의 기존 주장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검출된 벤젠, 포름알데히드,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 등은 발암물질로 인체유해성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이 적다고 ‘안전하다’ 말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WHO는 지난해 10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유해성분이 덜 배출된다는 근거가 없으며, 유해물질의 감소가 인체 위해도를 감소시킨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FDA 자문기구인 담배제품 과학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줄이고, 아이코스가 일반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미국은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를 허가하고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담배 유해성은 흡연기간, 흡연량 뿐만 아니라 흡입횟수, 흡입깊이 등 흡연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담배와 궐련형전자담배의 유해성분 함유량을 단순 비교하여 어느 제품이 덜 유해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