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상정돼 본격 심의를 받는다. 지난달 세 차례 열린 감리위원회(감리위)는 예선이었고, 이번 증선위는 본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감리위는 증선위의 자문 기구로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내는 데 그치지만, 증선위는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판정과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종구 "증선위,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것"

7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한 금융감독원과 이 혐의를 반박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쟁점별로 공방(攻防)을 벌이는 대심(對審)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증선위) 회의가 몇 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듣고 말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리위에 출석하는 삼바 대표이사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돼 본격 심의를 받는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가 3차례 열렸고, 감리위원 8명은 ‘고의적 분식회계’부터 ‘무혐의’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사진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25일 감리위원회에 출석하는 모습.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증선위는 2~3차례 이상 열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증선위의 결론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때도 증선위가 3차례 개최된 바 있다.

증선위는 금융위 소속 공무원 2명과 민간 출신 전문가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증선위원장이고, 김학수 감리위원장이 증선위 상임위원이다. 민간 출신 비상임위원인 박재환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인회계사회 윤리위원, 감리위원 등을 역임한 회계 전문가이다. 기업 재무 전문가인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법률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위 안팎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심의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증선위에서 현직 공무원 2명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 출신 비상임위원 3명의 전문가적 판단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고의 여부에 따라 제재 수위에 큰 차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한 감리위원 8명은 '고의' '중과실' '과실' '무혐의' 등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수위는 고의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로 판정되면 회사와 임직원이 검찰에 고발돼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범죄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과실이나 과실에 그친다면 검찰 고발을 면할 수 있다. 과징금, 대표이사 해임권고 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

분식회계 심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증선위는 자문 기구인 감리위의 심의 내용을 참고할 뿐 감리위 의견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식회계 여부, 제재 종류와 수위 등에 대해 증선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관행을 보면 증선위는 분식회계 사건 10건 당 8~9건꼴로 감리위 의견을 그대로 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감리위를 거쳐 증선위에 올라온 사건 308건 가운데 증선위가 감리위 의견을 수용한 게 262건(85%)이었다. 나머지 46건(15%)에서만 제재 종류나 수위가 바뀌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감리위가 제출한 징계 수위가 증선위에서 가중·감경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있었다"고 전했다. 작년 9월 증선위는 효성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과징금 50억원 등 제재를 결정하면서 감리위가 '고의'로 판단했던 부분 중 일부를 '중과실'로 낮춰 최종 결정했었다.

한 달 넘긴 분식회계 논란… 뚝 떨어진 주가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달 1일이었다. 이날은 근로자의 날로 증시가 휴장이었다. 다음날(5월 2일) 증시가 열리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 거래일(4월30일·48만8000원)에 비해 17.2% 급락한 40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틀 뒤(5월4일)엔 35만9500원까지 곤두박질했다. 주가 급락으로 소액주주들이 멘붕에 빠졌었다. 이후 외국인 등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올랐고, 지난 5일엔 42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금감원 분식회계 혐의 적발 발표 직전에 비해 여전히 13.7%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