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에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될 전망인 데다, 연초부터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공세가 거세지면서 위기의식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격 인하가 이뤄지는 모델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종은 아니다. 출시된지 오래된 모델이거나, 인기가 떨어진 세단이나 경차 모델들이 가격 인하 대상이다.

르노삼성은 국내 준중형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SM3’의 가격을 6월부터 인하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SM3의 가격은 가솔린 모델 기준 트림별 최저 75만원에서 최고 115만원까지 내려간다.

르노삼성은 SM3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가격 인하로 SM3 가솔린 모델의 전 트림은 국내 준중형 세단 중 유일하게 2000만원 미만의 가격대를 형성하게 된다.

SM3.

특히 기본형인 PE트림은 100만원 인하한 1470만원으로 판매되는데, 이는 국내 경차 및 소형차 최상위 트림과 동일한 수준이며 9년 전 2세대 출시 당시와 같은 수준의 가격이다. 르노삼성은 SM3의 가격을 낮추면서도, 차량 옵션 등 SM3만의 장점으로 꼽혔던 기존 사양들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내수시장에서 쌍용차에게 3위를 내주고, 기아차 K3의 공세 등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차값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도 부활의 키를 쥐고 있는 경차 ‘더 뉴 스파크’의 차량 가격을 최대 1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더 뉴 스파크는 지난달 출시한 신차임에도 기존 모델 대비 시작 가격을 20만원 인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GM은 중형 세단인 말리부와 소형SUV 트랙스의 재고 모델에 한해 최대 400만원까지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더 뉴 스파크.

현대차는 모델 노후화와 경쟁 모델의 선전 등의 영향으로 입지가 과거와 같지 않은 쏘나타와 아반떼의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형SUV 인기가 지속되면서 중형 세단과 준중형 세단의 판매가 줄자, 쌓여 있는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쏘렌토도 지난 2월 경쟁 차종인 현대차의 싼타페가 출시되자, 프레스티지 트림에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스타일업 패키지를 기본 적용한 '넘버원 에디션'을 출시한 뒤 가격을 60만원 인하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비인기 차종이나 재고 차량들 위주로 가격 인하가 진행되는 만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