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매 고가 낙찰이 잇따르고 있다.

5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10억원 이상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총 7건이 낙찰됐는데,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11%로 나타났다. 10억원 미만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100%)보다 11%포인트가 높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용산구, 양천구에서 각각 1건씩 낙찰됐고 영등포구 여의도 주상복합 2건도 10억원 이상에 낙찰됐다. 주상복합을 제외한 순수 아파트의 낙찰가율만 보면 119%에 달한다.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래미안타워 전용면적 135㎡가 첫 경매에 나왔는데, 14명이 몰리면서 감정가(10억원)의 130%인 13억4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29일 두 번째 경매가 실시된 용산구 한남동 한남힐스테이트 전용 151㎡도 감정가 11억6000만원보다 약 3억4000만원이 높은 15억578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11명에 달했다.

같은 달 경매가 진행된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17㎡(낙찰가 12억7590만원·낙찰가율 116%)와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 그레이튼 121㎡(17억7678만원·114%),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58㎡(15억8878만원·105%)도 감정가를 넘어서는 값에 낙찰이 이뤄졌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는 18명이 몰렸고 나머지 아파트들에도 9명 이상씩 응찰했다.

조선일보DB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재건축 규제에 보유세 인상도 가시화하면서 서울 아파트 일반 거래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특히 고가 아파트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계약건수는 1066건으로, 전달(3510건)의 3분의1을 밑돌았다.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거래량은 61건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4월에는 290건으로 8.2%를 차지했다.

매매는 줄었지만 경매에서 10억원 이상 주택이 잘 나가는 이유는 최근까지 워낙 가파르게 집값이 오르면서 감정가가 시세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감정가를 책정할 때는 보통 경매개시결정 이후 한 달 안에 감정평가가 진행되고 이후 6개월~1년 안에 매각기일이 잡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 고가 아파트는 '똘똘한 한 채'로 주목을 받으면서 그렇지 않은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의 5분위 배율을 보면, 서울 아파트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지난해 12월 3배에서 올해 5월 3.3배로 더 벌어졌다. 상위 20%의 1㎡당 매매가격은 1599만원으로 작년 12월(1409만원)보다 190만원 상승했지만, 하위 20%는 지난달 기준 481만원으로 같은 기간 16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고가 아파트 경매의 경우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도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수익이 크고, 경쟁 또한 치열한 것이다.

5월에 낙찰된 물건을 최근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동일 단지의 동일 면적의 호가와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목동신시가지의 경우 최저 호가가 17억5000만원으로, 무려 1억6000여만원이 더 낮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의 최저 호가는 12억9000만원으로 낙찰가가 1500만원 가까이 낮고, 래미안 그레이튼 낙찰가 역시 2300만원 정도 낮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거의 없는 편이다. 지난달 경매시장에는 1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가 총 16건이 나왔는데, 7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취하되거나 변경 또는 정지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가 아파트는 금액대가 높은 만큼 수익도 더 크다"면서 "저렴한 서울 아파트일수록 수익률이 떨어져 낙찰가율이 낮고 평균 응찰자 수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서울 웬만한 아파트 시세가 여전히 경매 감정가를 웃돌고 있는 만큼 당분간 고가 낙찰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