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매송휴게소. 건물 한가운데 마련된 야외 정원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높이 9m짜리 대형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동물 캐릭터 옷을 입은 직원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북을 치며 노래를 연주했다. 놀이공원에 온 듯했다.
한쪽에서는 가수 김종민의 미니 콘서트가 열렸다. 우연히 이 휴게소에 들른 이용객들이 공연장에서 연방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휴게소 운영사가 휴게소 개소(開所) 기념으로 마련한 행사. 회사 관계자는 "휴게소에 가수 지망생 누구나 노래할 수 있는 버스킹(길거리 공연) 공간을 마련해놨기 때문에, 평소에도 이용객들이 이런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간식거리나 화장실 이용을 위해 들르던 휴게소들이 '찾아가는 놀이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운영 회사들이 각종 편의 시설과 놀이 기구, 유명 레스토랑과 맛집을 유치하면서 손님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휴게소의 관광지화(化)는 진행 중
최근 관광 업체 코스모진이 외국인 관광객 1050명에게 '한국에서 독특하게 느낀 장소'를 물은 결과, 응답자 54%가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답했다. 실제로 고속도로 휴게소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관광지의 한 곳'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휴게소별 먹을거리를 소개하면서 '고속도로 맛집 투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보유통과 이도가 지난달 공식적으로 문을 연 매송휴게소는 외관부터 독특하다. 뫼비우스 띠를 형상화한 타원형이다. 건물에 둘러싸인 중앙 정원은 어린이 놀이터와 중앙 분수대로, 옥상은 테라스로 각각 꾸몄다. 식당가는 '글로벌 맛집 타운' 수준이다. 대만에서 유명한 곱창국수, 일본이 원조인 도미빵과 라멘, 이탈리안 파스타 등의 메뉴를 갖췄다. 한식당 '제철반상 동행'은 미쉐린 2스타를 받은 권우중 셰프가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제철반상 동행 측은 "갈비탕, 김치찜, 비빔밥 등 일반적 메뉴는 고급화했고, 여기에 닭고기온반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메뉴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이색 관광시설 유치
경기 안산시 시화방조제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시화나래 휴게소(대부도 방향)는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한 관광 명소다. '달 전망대' 때문이다. 이 전망대는 건물 바닥이 유리로 돼 있고, 그 아래로 바다를 내려다보는 구조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작년 말에는 일몰(日沒) 감상 장소로 주차할 공간이 부족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위에 떠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시흥하늘휴게소(일산 방향)는 '백화점 같은 휴게소'로 꾸며졌다. 해외 브랜드 신발·의류·액세서리 등을 파는 매장이 있고,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마장프리미엄휴게소(통영·하남 방향)는 키즈카페가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손님이 많이 찾는다. 경기도 이천의 덕평자연휴게소는 빛을 소재로 한 다양한 조형물과 포토존, 폭포정원 등이 있는 '별빛정원 우주'로 야경 명소가 됐다.
현풍휴게소(현풍 방향), 거창휴게소(대구 방향)는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하트 조형물 등을 이용한 프러포즈 존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에는 먹을거리, 놀 거리 등을 기준으로 휴게소를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다"며 "교통 상황이 좋아져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색 휴게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