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확대' 소득주도성장·공급측면 규제혁신, 정책균형 주문
"노동시장 개혁 소홀해지지 않도로 해야"…친노동 정책 우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세가 견실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등 산업 간 불균형 성장이 나타나는 현상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성장 및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해 내수 확대가 부가가치 창출의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개혁이 지속 성장에 주요 요인임을 고려해 정책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 경제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가 규제개혁과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등 혁신성장 정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제이(J) 노믹스의 3대 축(소득주도, 혁신, 공정)중 하나인 혁신성장 성과가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반도체 의존형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경제활력이 크게 후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KDI의 문제제기다.

KDI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개혁은 고령화 등으로 노동투입의 양적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서비스업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서비스업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 "구조개혁 노력 없으면 경제활력 저하 불가피"

KDI는 31일 발표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최근 제조업 생산 둔화를 주요한 중장기 경제 리스크로 지목했다. KDI는 "4차 산업혁명, 중국의 기술 추격 및 수입대체산업 육성 등으로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대외경쟁력 유지를 장담하지 못하는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산업간 불균형 성장 및 이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 등 도전과제에 대응해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KDI는 "수출주력산업의 대외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산업구조조정, 나아가 전반적인 경제구조 개편의 시급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교정해 나가는 구조개혁 노력이 지속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의 경쟁력 및 활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과 기업 등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을 제거하고, 물적자원은 물론 인적자원의 재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KDI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구조 개편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최근의 제조업 생산 지표 부진의 원인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조선 등 다른 주력산업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원인을 찾아서 대응하지 않으면 제조업 생산 둔화로 인한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KDI의 시각이다.

김현욱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가 수출과 생산구조 성장세를 이끌고 있지만, 나머지 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가 점차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처방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수요확대·공급측면 규제개혁, 정책의 균형 유지해야...노동개혁 소홀히하면 안돼"

한 발 더 나아가 KDI는 "구조개혁이 지연되는 경우, 소득불평등 완화와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과 같은 경기 개선이 본격적인 성장세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개혁이 지속 성장의 주요 요인임을 고려해 정책의 균형을 유지하고, 특히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일관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개혁과 신산업·신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등 공급 측면의 경제구조 재편이 일어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행의 신축적 조정,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혁신 등 정부 내에서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사안에 대해 KDI가 '균형적인 접근'을 주문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정책이 '친(親)노동·반(反)기업' 일변도로 흐를 경우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구조적인 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1분기 가계소득 동향에서 나타난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KDI의 정책권고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재정지출 확대 등을 주문하고 있는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활력을 북돋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