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기를 개발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아씨오는 오는 3분기에 인터넷기업 카카오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인 카카오홈을 출시한다. 스마트홈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TV, 에어컨,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서비스다. 아씨오는 2016년 4월 설립한 뒤 줄곧 가전제품을 원격에서 조정하는 기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고, 작년 7월에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제어하는 전용기기 '아씨오 에어'를 개발했다. 인터넷기업 카카오는 3개월 전 이런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인 아씨오의 지분 50.5%를 47억원에 인수하면서 스마트홈 기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스마트 줄자, 손으로 통화하는 시곗줄

그동안 스타트업 업계에서 찬밥 신세였던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모바일 앱과 같은 서비스들과 달리 신규 기능에 특화된 기기를 제공하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IoT나 헬스케어와 같은 신규 시장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허리둘레는 물론 걸음 수, 앉아 있는 시간 등 운동량까지 측정해주는 웰트의 스마트 벨트(왼쪽 사진). 베이글랩스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줄자 '파이'.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초 스마트 줄자 베이글로 알려진 스타트업 베이글랩스다. 이 회사가 최근 선보인 '파이(PIE)'는 보통 줄자처럼 유연한 테이프 재질로 만들어져 키나 가슴·허리 등 신체 주요 부위의 둘레를 잴 수 있는 제품이다. 측정을 하면 ㎜ 단위까지 정확한 수치가 측면 디스플레이에 나타나고, 버튼을 누르면 바로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된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이용자가 자사 제품으로 측정한 신체 사이즈 데이터다. 예컨대 의류업체가 이 스마트 줄자를 고객에게 제공해 정확한 신체 사이즈를 확보하면 이후부터는 치수 불일치에 따른 반품이 현격하게 줄어든다.

음성통화를 돕는 시곗줄을 만드는 스타트업인 이놈들연구소는 최근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선정한 30개 글로벌 스타트업에 뽑혔다. 이 회사가 만든 'Sngl'(시그널)은 사용자가 손목에 차는 시곗줄 모양 제품으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한다. 이 제품을 손목에 차고 귀에 손가락을 대면 진동을 통해 소리가 전달돼 통화가 가능하다.

뇌졸중의 원인인 부정맥을 진단하는 반지 '카트'를 개발한 스카이랩스도 주목받는 하드웨어 업체다. 지난해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면 심방세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이병환 대표는 "부정맥은 40대 이상 4명 중 1명에게 발병할 정도로 흔하지만 진단이 쉽지 않은 게 문제"라며 "내년 상반기 인허가가 마무리되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전력 측정 기기업체인 인코어드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LG유플러스 등과 함께 국내 전력 거래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운동량 측정이 가능한 허리띠 제조업체인 웰트는 올 하반기에 유럽의 한 명품 업체와 공동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글·아마존도 하드웨어 스타트업 인수

하드웨어 스마트폰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미국 구글이 올 초 IoT 스타트업 네스트를 흡수해 스마트홈 사업의 주축으로 삼고 있고, 아마존은 올 2월 비디오 초인종 업체인 링을 10억 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많은 만큼,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 토양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