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지상 16층, 지하 6층 규모의 대형 사무실 건물인 더케이트윈타워를 사들인 업체에 매입 자금의 일부인 550억원을 대출해줬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9년간 연 3.5% 고정금리'라는 대출 조건이 화제가 됐다. 한 증권사 임원은 30일 "이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출 기간을 짧게 끊어 단계별로 금리를 높여가며 이자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왜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 대출에 나섰을까. 이 회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들에게 약속한 금리가 연 2.2~2.3%인데 보험사가 주로 투자하는 국채(10년 만기) 수익률은 연 2.7% 수준이라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면서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가 나타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한 곳도 최근 서울 중심가의 대형 사무실 건물을 매입한 업체에 연 3% 중반대 고정금리로 장기 대출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수익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이 서울 시내 노른자위 지역에 있는 '알짜 빌딩'의 매입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눈독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들이 대출 대상으로 보는 알짜 빌딩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건물이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아 임대료는 높고 공실률은 낮아 대출 상환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 1순위 담보권자 지위를 차지해 만약의 경우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 담당 임원은 "이런 정도의 조건을 갖춘 건물이 나타나면 보험사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춰주며 서로 대출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1~3월) 국내 생보사와 손보사의 투자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씩 감소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가 되면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채권 수익률도 올라가지만 과거에 사놓은 채권 수익률은 여전히 낮아 전체 수익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