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넥센타이어(002350)가 업계 외부에서 또다른 ‘암초’를 만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한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각종 추문과 일부 선수들의 범법행위로 추락하면서 넥센타이어까지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처지에 몰린 것이다.

네이밍 스폰서란 기업이 특정 단체나 장소 등에 업체명을 붙이고 그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을 뜻한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0년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은 후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을 배경으로 한 넥센타이어의 엔페라 타이어 광고

지난 28일 넥센 히어로즈 소속 선수인 포수 박동원과 투수 조상우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SK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 당시 숙소였던 인천의 호텔에서 동석했던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박동원과 조상우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소속 구단인 넥센 히어로즈는 해체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름만 붙이고 비용만 지원할 뿐 넥센 히어로즈와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는 넥센타이어 역시 덩달아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넥센타이어는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톡톡한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넥센 히어로즈가 박병호, 서건창, 이정후 등 여러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며 매년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내자 넥센타이어의 국내 인지도 역시 크게 상승했던 것이다.

국내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직접적인 수익 창출보다 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를 주 목적으로 하는 곳이 많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단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 지출을 감수하면서 구단을 유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네이밍 스폰서로만 참여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비용 지출이 훨씬 덜했지만, 넥센 히어로즈의 선전으로 몇 년간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8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왼쪽)과 조상우(오른쪽)

그러나 최근 들어 넥센 히어로즈가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달콤했던 네이밍 스폰서 효과는 반대로 독(毒)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네이밍 스폰서십 등 신선한 구단 운영방식을 도입하며 한 동안 ‘한국의 빌리 빈’으로 찬사를 받았던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는 지분계약을 둘러싼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올 초 법정 구속됐다.

넥센 히어로즈는 또 지난해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난 고졸 투수 안우진을 경기에 출전시켜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과거 황재균, 장원삼 등 주력 선수들을 뒷돈을 받고 타 구단으로 트레이드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만신창이가 됐다. 이 때문에 네이밍 스폰서를 맡은 넥센타이어까지 대외적인 이미지 훼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넥센타이어는 최근 실적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완성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데다, 최근 원화 강세로 해외 판매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분기 넥센타이어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6% 감소한 4738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34.3% 급감했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타이어 원재료인 합성고무의 시세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넥센타이어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넥센타이어는 전체 매출에서 국내 판매 비중이 25%, 해외 판매가 75%를 차지한다”며 “그 동안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국내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긴 했지만, 실제 매출에 미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넥센타이어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계약이 종료되는대로 해외 스포츠 마케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