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부자들의 재테크 트렌드 중 하나는 '꼬마 상가(소형 상가빌딩)'를 마련해 다달이 임대 수익을 챙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물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는 수억원대의 자본이 드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이 넘보기에는 '투자 허들(장애물)'이 높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꼬마 상가' 못지않은 수익률을 올리는 미국 실리콘밸리 주택, 일본 도쿄의 상가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글로벌 부동산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가 최근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리츠는 리츠 회사가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회사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다.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리츠 회사의 주식을 사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리츠사가 얻은 개발·임대·매매 수입 등을 배당으로 돌려받는다. 과거엔 주로 연기금 등 기관이 주로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등 대체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 비중도 늘고 있다.

글로벌 리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7000억달러(약 1800조원·리츠 회사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에 달한다.

글로벌 리츠의 장점은 채권보다 수익성이 높고,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다는 점이다. 또 똘똘한 상품을 고를 경우 '배당 수익' '시세 차익' '환차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대부분 리츠사가 순이익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배당률이 4~9%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또 일반 주식처럼 리츠 가격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남기고 매도할 수도 있다. 실제 금융 위기 이후 2009년 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배당을 포함해 글로벌 리츠 지수는 연평균 20% 수익률을 기록했다.

리츠 투자 전 '금리' '경기' '환율' 3요소 봐야

글로벌 리츠는 국가별, 투자한 부동산 유형별로 전망이 천차만별인 만큼 투자 전 꼼꼼한 비교가 필수다. 전 세계에서 리츠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곳은 7국 정도다. 미국 비중이 65.7%로 가장 높고, 일본(7.2%)·호주(7.0%) 등 순서다. 영국·프랑스·캐나다·싱가포르가 각각 2~4% 내외를 차지한다. 투자 부동산은 크게 사무실·상가·산업용·숙박시설·거주용·헬스케어·특수형·혼합형 등 8가지로 구분된다. 이렇게 리츠를 세분화하는 건 분류에 따라 투자 전 살펴봐야 할 지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각 국가의 '금리' '경기' '환율'은 글로벌 리츠 투자 전 공통으로 살펴볼 핵심 변수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고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쉽다. 상장 리츠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실제 글로벌 리츠 시장은 현재 연초 이후 약 5~10% 정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우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자 비용이 올라간다"며 "다만 통상적으로 경기 회복을 반영해 금리를 올리는 만큼 이후 시간을 두고 월세가 따라서 오르면 리츠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를 따져볼 때는 같은 국가 내라도 지역별 온도차까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이민 정책이 활성화된 동부 지역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좋다. 하지만 광산업이 발달한 서부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광산업은 호주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중국에 수출된다. 하지만 중국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서부 지역 부동산 경기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투자한 곳의 현지 통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인다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상가형 리츠 원한다면 실업률·임대료 동향을

부동산 종류별로 봐야 할 지수도 다르다. 상업용·도심 사무실·다용도 시설 등 오피스에 투자하고 싶다면 실업률·임대료·자본환원율(cap rate·미래추정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을, 상가(쇼핑몰·복합상가·소매업·극장 등)에 투자하고 싶다면 내수 경기를 보는 식이다. 단, 상가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 숙박시설(호텔, 리조트, 콘도 등)은 1인당 소득 지표를, 아파트·주택·빌라 등 거주용 부동산은 대출 정책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최근 전문가들이 많이 추천하는 리츠 투자국은 캐나다와 싱가포르다. 캐나다의 경우 상장 리츠 배당금을 매달 지급하기 때문에 월세를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통 배당소득세를 공제한 뒤 캐나다 달러로 매달 주식 계좌로 배당금이 입금되는데, 보통 1억원 투자했을 경우 월 50만원 정도 배당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싱가포르에서 철수했던 해외 법인들이 경기 회복에 따라 귀환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2년 전부터 폭증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센터에 대한 수요가 202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또 중국 및 인도네시아 여행객 급증에 따라 숙박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도쿄·나고야 7개 도시 상업 시설, 미국은 IT 기업이 밀집한 시애틀과 실리콘밸리 부동산 투자가 인기다.

◇단기 차익보다는 최소 5년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리츠를 고를 때 배당, 시세 차익, 환차익 순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배당이 우선인 만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단,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리츠 주가의 하락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배당수익률도 상승하지만, 금리가 올라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다"며 "리츠인덱스는 현재 가격보다 10% 내외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은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 투자 전용 계좌를 개설해서 투자하면 된다. 국내에서 해외 리츠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와 랩어카운트(자산관리계좌)를 활용해도 된다.

글로벌 리츠도 여타 주식처럼 주가 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주가 차익의 경우 연간 25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 양도소득세(22%)가 적용되고 종합과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배당소득세(15%)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합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