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서 오세요. 오늘 미세 먼지가 심했으니 에어워시를 켜드릴게요."
40대 남성이 집 현관에 들어서자 안내 음성과 함께 천장에서 바람이 내려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현관 정면에 붙어 있는 스마트 미러(Smart Mirror)는 방금 집에 들어선 남성을 '아빠'로 인식한 뒤 관심 항목으로 등록된 프로야구 경기 결과를 화면에 띄웠다. 이 남성이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자 주방에 설치된 스크린이 저절로 켜지더니 그가 좋아하는 영화가 재생됐다. 거실로 자리를 옮기자 움직임을 인식해 에어컨이 켜지고 조명 밝기가 조절되더니 부엌에서 보던 영화 장면이 거실 TV에서 이어져 상영됐다. 스마트 워치(Smart Watch)를 찬 손을 허공에 휘두르자 발코니 커튼이 스르륵 닫혔다.
삼성물산이 28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래미안 IoT 홈랩(HomeLab)'을 공개했다. 아파트 거주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작동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인터넷(www.raemian.co.kr)으로 예약을 받아 하루에 3팀(총 30명)씩 미래 스마트홈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김명석 삼성물산 상품디자인그룹장은 "냉장고,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을 개별 통제하던 방식의 IoT 기술을 통합해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특성에 맞게 유기적으로 제어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홈 구현하는 IoT 시장 커질 것
삼성물산이 내놓은 래미안 IoT 홈랩은 현관을 비롯해 주방·거실·안방·운동방·공부방 등 주거공간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공간 특성과 해당 공간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 19종류의 IoT 기술을 적용했다. 개별 기기를 손쉽게 조작하는 것을 넘어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 특성에 맞게 필요한 기기가 알아서 조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하만·SK C&C·바디프렌즈 등 총 13개 브랜드와 협업해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백종탁 삼성물산 주택총괄 전무는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마감재나 내부 설계 등 하드웨어를 통해 경쟁했다"면서 "앞으로 래미안은 혁신적인 IoT 기술을 앞세운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고객의 주거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집 안의 사물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도 사물인터넷(IoT)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전·기기 원격제어·홈 CC(폐쇄회로)TV·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스마트홈 분야의 매출액은 2016년 748억원에서 작년 979억원(추정)으로 1년 만에 31%나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헬스케어·의료·복지(29.2%)에 이어 스마트홈(15.7%)을 향후 빠르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IoT 서비스 분야로 꼽았다.
삼성물산 외에 다른 건설사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홈을 위한 다양한 IoT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오토에버와 함께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GS건설은 작년 11월 스마트홈 전담팀을 만들어 '자이서버'를 만들고 있다. 대우건설도 LG유플러스·네이버와 인공지능 스마트홈 구축을 위한 MOU를 맺었다.
◇내년부터 똑똑한 IoT 실행되나
삼성물산은 래미안 IoT 홈랩에서 개발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내년부터 공급되는 래미안 아파트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쯤 서울 서초구 '서초 우성1차'나 양천구 '목동 아델리체' 조합 등에 기술 적용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래미안 IoT 홈랩' 개발이 삼성물산의 주택 사업 철수설을 불식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주택 시장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갖고도 최근 2~3년간 주택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택 경기 호황에도 2015년 9월 이후 재건축 수주가 없었던 삼성물산을 두고 "주택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명석 상무는 "지금까지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고객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