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쇼핑몰 갈등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정치 문제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지역 상인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더 많은 '상생기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상인회 설득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곳이 지난달 개장한 전라북도 군산의 롯데몰입니다. 군산몰은 영업 면적 2만5000㎡(약 7500평)로 도심형 아웃렛과 극장 등이 결합된 복합 쇼핑몰입니다.
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 등 지역 소상공인 단체 3곳은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했습니다. 개장을 3년 연기하거나 상권 활성화 지원금 26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인데요.
롯데와 조합측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여러번 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2016년 점포 개설시 경영계획서를 통해 전라북도 소상공인을 위한 20억원의 상생기금을 냈기 때문에 260억원은 너무 과도하다며 개점을 강행했습니다.
그러자 중기부는 사업개시 일시정지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부과 등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롯데는 17일까지 상인회와 협상을 마치지 못할 경우 과태료와 사업조정 처분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지역 상인회가 사업조정 신청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이들은 "롯데몰이 영업을 이어가고 과태료 처분을 피하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속내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조정 처분으로 단계가 넘어가면 상인회는 상생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사업조정제도는 중기부가 사업조정안을 만들어 상인회와 겹치는 생산품목·수량·시설 등을 축소하도록 하는 건데요. '합의'가 아닌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상인회 입장에선 실익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인회가 원하는 것은 사업조정이 아니라 상생기금"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산 상인회는 6·13 지방선거 이후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재신청할 예정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군산지역 유력 후보 A씨가 상인회와 접촉해 상생기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는 후문입니다.
현재 사업조정제도는 사업조정을 철회하더라도 개점일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4월27일 군산 롯데몰이 개점했기 때문에 10월27일까지만 신청하면 되는 겁니다. 조합 측은 "지방선거 이후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군산 상인회가 오는 7월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군산 정치권 힘을 빌려 롯데측에 더 강도높은 상생안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재안을 내놔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의 표심을 의식해 민감한 유통 관련 이슈를 선거 뒤로 미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소상공인들의 반대로 5년째 표류 중인 롯데그룹의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복합쇼핑몰 건립 여부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습니다. 경남 창원시도 신세계가 추진하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건축허가를 선거 후 차기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복합 쇼핑몰 갈등은 이제 업체와 지역 상인간 대립이 아닙니다. 주민과 상인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편리한 쇼핑 환경과 지역 발전을 원하는 주민들이 "쇼핑몰을 건립하라"며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걸까요.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소비자와 지역민의 편익이 외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