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장한 회장 사재 출연…병원 적자 장기

경영난 위기에 직면한 소화아동병원을 종근당 계열사 종근당건강이 매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81년 서울 용산구에 문을 연 소화아동병원이 10년 이상 지속된 경영난으로 건물 매각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종근당(185750)계열사인 종근당건강이 서울역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이 병원 건물 매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아동병원 내부 관계자는 "병원 이사회가 최근 병원 정상화 방안으로 건물 매각을 결정했으며, 병원 경영진에게서 '종근당건강'이 건물 매수 대상으로 내정됐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근당 측은 " 병원 건물 매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종근당 관계자는 "위기의 공익 의료법인을 그냥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병원 건물 매수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소화아동병원은 1946년 고(故)이하영 박사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소화(小花) 의원으로 시작해 1981년 서울역 서쪽 서부역 건너편 부지로 이전했다. 하지만 200병상급 종합병원으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았다가 1995년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의료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서울역 서쪽 출구를 나오면 의료법인 소화아동병원 건물이 바로 보인다.

◇ 병동 축소·임금 체불 이어 매각안까지

지난 25일 오후에 찾은 소화아동병원 1층 로비는 적막감이 흐를 정도로 한산했다.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병원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소화아동병원은 2000년대 초부터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신생아실과 3·4병동 등 병동을 잇따라 폐쇄 축소해왔다. 의료진 등 직원 수를 줄이고 종합병원에서 '병원급'으로 의료기관 종별 기준도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의 경영난은 현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병원 안팎의 진단이다. 실제 이달 병원 임직원의 임금 60%가 체불된 데 이어 경영진은 병원 매각안까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소화아동병원 1층 로비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한쪽 벽면에는 "5월 급여 지급이 지연된 점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는 글로 시작하는 병원장의 담화문이 적혀있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한 병원 직원은 "이번 달 월급이 세후 임금의 40%만 들어왔다"며 "전직원 임금 60%가 체불됐다"고 말했다.

김규언 소화아동병원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현재 병원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상태"라며 "병원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한뜻으로 병원이 소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시기"라고 밝혔다.

◇ 병원 내부자 "실소유주 종근당"… 종근당 "소화아동병원 매수 검토 중"

취재 결과, 소화아동병원 이사회는 지난 18일 서울 충정로 종근당 건물에서 병원 경영 정상화 방안에 관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병원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병원 건물을 매각한 후 장기임대해 병원을 유지하거나 △매각 후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이 나왔다.

특히 소화아동병원 건물 매수 대상자로 '종근당건강'이 우선 거론됐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병원 노조 간부는 "병원 경영진이 '종근당건강'이 건물 매수 대상으로 내정됐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노조에 공개한 발표 자료에는 '장기 임대가 가능한 매수 대상자가 제한적'이라고만 명시됐다. 하지만 병원 경영진이 이사회 회의 이후 노조 간부와의 면담에서 '종근당건강이 병원 건물을 매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근당건강이 병원 건물을 매입하게 되면 임대차 관계가 생긴다. 병원은 현재 건물에서 3개 층만 사용하고, 건물 매각자금을 사용해 병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경쟁 입찰 등의 고려없이 매각 대상자를 정해 놓았다는 얘기다.

종근당은 '종근당그룹과 소화아동병원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건물 매수 검토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대가 잘 안되니까 '종근당건강'이 매수를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병원이 3개층 임대 건물을 쓴다는 안으로,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 상황이 안좋아 건물 매각 대상자를 찾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종근당 측은 "이장한 회장이 과거에 개인 사재를 들여 병원에 투자한 바 있지만, 이는 회사(종근당 그룹)와는 무관한 사안으로 병원 구조조정 등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기관은 현행 법 상 비의료인·사기업이 개설 또는 소유할 수 없고 공익적 성격의 비영리 법인에 한해 지자체, 주무관청의 설립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다. 소화아동병원의 경우 이장한 회장 개인만 등기이사다. 즉, 법적으로는 종근당그룹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하지만 소화아동병원 노조 측은 △소화아동병원에 관한 이사회 회의를 종근당 본사 건물에서 잇달아 가진 점, △병원 경영진이 노조 측에 다른 매수 대상자가 없다고 주장한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법인 소화아동병원 등기부등본.

건물 매각을 결정한 이사회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천우 전 종근당 전무가 등기이사로 들어가 있다. 병원을 운영하는 행정부원장은 종근당에서 감사를 지낸 박정수씨다. 또 행정감사인 이수한씨는 종근당 계열회사인 벨에스엠 대표로 이 회장과 친인척 관계다.

병원 건물 매수를 검토 중인 종근당건강은 이장한 일가 지분으로 이뤄진 회사다. 종근당건강은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가 최대주주로 51% 지분을 보유하고 이장한 회장의 장녀인 이주경씨 23.17%, 이장한 회장 10%, 기타가 15.83%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종근당홀딩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병원 노조 간부는 "결국 멀쩡한 건물을 종근당 일가에 팔고 이 병원 2~3개 층을 임대해서 병원을 유지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소화아동병원은 의료법인이므로 함부로 해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빚과 담보 등을 제외한 소화아동병원 의료법인의 순자산은 31억75만6288원이다. 공시지가는 2017년 기준 750만원으로 전체 토지면적 2083㎡의 가격만 최소 156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