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기 위한 2차 감리위원회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6시쯤 문자메시지를 통해 "감리위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16층 회의실 복도에서의 촬영을 전면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금융위는 "청사주재 카메라 풀기자단과 협의된 사안"이라고 설명했으나 해당 장소는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상견례를 포함해 촬영이 자유로웠던 곳이다. 이번 사안은 큰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보안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후 삼바의 시가총액은 수조원 증발했다. 시민단체 희망나눔주주연대는 25일 '삼바 분식회계 규탄 촛불집회'를 여는 등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참여연대도 14일 "금융위가 감리위원 전원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바 제재 여부와 수위는 초미의 관심사다. 실제 25일 오전 8시쯤 열린 2차 감리위는 장장 11시간이 걸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31일 3차 감리위로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전반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제재를 결정하는 심의과정에 대한 투명도는 양 기관 간 차이가 크다.
공정위의 경우 과거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건 등 파장이 크고 양측의 이견이 확 갈리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제재를 결정하기에 앞서 열리는 전원회의 심판정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삼바 감리위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전원회의 심판정은 법원의 재판 현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언론이 심의인과 피심의인의 오고가는 주장과 반박을 직접 들을 수 있다. 물론 현장 촬영과 노트북 지참은 금지되지만, 심판정 취재 경험상 어느측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법적 논리대 논리, 증거물대 증거물의 대결이기 때문이었다. 전원회의 이후 결정된 실제 제재 여부도 취재 결과와 크게 빗나가지 않았었다.
금융위의 한 과장급 인사는 "법원의 1심 기능을 가진 공정위 전원회의와 금융위 자문기구 회의인 감리위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일수록 제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9월 '공정위 신뢰회복 방안'을 발표하며 "전원회의 심의속기록을 공정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공정위의 제재 절차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투명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금융위도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온적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감리위가 자문기구이므로 속기록을 작성할 의무는 없지만, 이번 건(삼바)에 대해서는 모든 내용을 심의속기록으로 작성해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속기록 공개 여부는 추후에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금감원의 주장이 옳았는지 삼바의 주장이 옳았는지는 31일 3차 감리위 정례회의에서 사실상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패배하는 측은 타격이 클 것이며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심의 결과가 나오든지 금융위가 속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위가 심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심해 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