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기 위한 2차 감리위원회가 11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공방에도 불구하고 결론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하지만 대심제를 통해 쟁점 별 양측 입장을 확인한 만큼, 오는 31일 예정돼 있는 3차 감리위(정례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란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날 2차 감리위는 오전 8시에 시작돼 오전 10시까지는 전문 검토위원의 설명을 듣고, 오전 10시 30분부터 대심제로 진행됐다. 대심제는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처럼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동석해 대면 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는 삼바와 금감원간 대심이 진행됐고,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은 금감원과 회계법인(안진·삼정)의 대심,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는 3자간 대심이 진행됐다.

3차 감리위는 외부인 의견 진술 없이 감리위원 9명만 참여해 논의할 계획이다. 개회 직후 1부를 열어 삼바 건 이외의 사안을 논의하고, 2부에선 삼바 안건과 관련해 이슈별 집중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3차 감리위는 31일 오후 2시 열린다.

이민아 기자

이날 쟁점이 된 부분은 일단 그간 많이 거론된 바 있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불확실한 상황인데도 삼바가 상장하기 전인 2015년 7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또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 삼바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2015~2016년) 사용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측정 자료를 재활용했다는 점 등에도 금감원은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바 측 "우리 입장 많이 들어줬다"…웃으며 떠난 김태한 삼바 대표

이날 오전 9시 37분쯤 모습을 드러낸 김태한 삼바 대표는 지난 17일 1차 감리위 때와 달리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얼굴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대표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분식회계가 아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식회계를 지적한 인물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을 비난하고,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바의 언론플레이가 심하다는 지적이 (일각이 아닌) 많은 각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침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감리위 개회 직후 금감원 측에 사과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3자 간 대심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4시쯤 삼바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임직원, 법률자문인인 김앤장 측 관계자들을 남겨두고 일어섰다. 김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정부서울청사를 떠났다. 삼바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차 때와 달리 우리 얘기를 상당히 많이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이날 감리위와 관련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스 4개 분량의 자료를 준비한 것을 볼 때 혐의 입증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감사인포럼 참석차 일찍 자리를 뜬 김광윤 아주대 교수(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는 "당사자가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변론하고 있어 굉장히 뜨겁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 쉼없이 진행됐던 2차 감리위…3차엔 감리위원만 참석

이날 감리위는 임시회의이다 보니 감리위원들이 개인 사정으로 오랜 기간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와 오후 7시로 한정한 채 열렸다. 한 감리위원은 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출국하는 일정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불참자가 있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감리위는 점심도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휴식시간 없이 진행됐는데도 11시간 넘게 이어졌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31일은 정례회의라 끝장 토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차 감리위는 감리위원만 참석한다. 감리위원은 김학수 감리위원장(증선위 상임위원),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위원,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김광윤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 임승철 금융위 법률자문관, 이한상 고려대 교수, 정도진 중앙대 교수, 이문영 덕성여대 교수, 송창영 변호사 등 9명이다.

일각에서는 삼바 분식회계 건이 조기에 매듭지어지긴 힘들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삼바 전에 사상 최대 분식회계(5조원) 사건으로 기록된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경우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감리위와 증선위가 각각 세 차례 열렸다. 한 감리위원은 "회계처리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의 징계가 적절할지는 또 다른 고민 요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