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마지막 미개척지’로 꼽히는 중동, 아프리카를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25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해외영업본부 산하에 중동·아프리카 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 이 T/F는 중동과 아프리카 판매망 구축과 현지 시장조사, 관련 법규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중동지역 국가인 오만에서 열린 ‘2017 컨데 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에 의전 차량으로 제공된 제네시스 차량

T/F의 팀장은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의 아·중·아(아시아·중동·아프리카) 실장을 맡고 있는 정방선 이사가 겸직한다. 정 실장은 현대차 인도법인 판매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현대차그룹 안에서 신흥시장 공략의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중동·아프리카 법인 설립 T/F는 시장조사와 국제법무, 상품기획, IT전략, 고객채널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직원들로 구성됐다.

새롭게 출범할 중동·아프리카 법인의 거점은 두바이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T/F에서 법인 설립을 위한 초기 작업을 거친 뒤 두바이에 주재원들을 파견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신규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아세안(ASEAN) T/F’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1976년 카타르에 포니를 수출하면서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엑센트와 아반떼, 쏘나타, 투싼과 해외 전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2016년부터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판매 중이다.

최근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중동 시장 32만8856대, 아프리카 시장 15만6044대를 각각 판매했지만, 이후 줄곧 뒷걸음질치며 지난해에는 중동 21만9134대, 아프리카 9만986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규 법인을 설립해 중동과 아프리카를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고 최근 몇 년간 줄어든 점유율을 회복하는데 나설 계획”이라며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아프리카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특히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큰 중동을 집중 공략해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제네시스가 판매되는 중동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등 6개국이다.

대다수 국가가 산유국인 중동 지역의 왕족과 부호들은 고급차 업체들의 VIP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부호들이 많은 중동에서 잘 팔리는 고급차는 유럽과 미주 등 선진국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평가도 많다.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현대차 입장에서 중동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지역에 해당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오만을 비롯한 주요 중동 지역을 찾아 현지 판매 상황을 점검하고 제네시스의 시장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동·아프리카를 포함, 현대차의 신규 시장 개척 움직임이 계속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