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훈풍이 불던 한반도에 다시 냉기가 몰려올 조짐이 보이자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증명하듯 남북 경제협력주(경협주)는 일제히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잠시 조정될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 취소가 주식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까지는 긴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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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담 완전결렬 아냐…증시 영향 제한적”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매우 슬프게도 당신(김정은)은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태도와 분노를 표출했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지금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5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확대되고 있다”며 “글로벌 위험자산 진영은 동반 후퇴했고, 금·은·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도 “미국 다우지수가 장중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국제유가도 1% 넘게 하락했다”며 “올해 들어 잦아들었던 북한 리스크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다시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정적인 기류가 주식시장에 오래 머물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북한과 미국 모두 파국을 원치 않고, 다자간 협상채널 전개와 중재 여지가 존재한다”며 “이번 이슈가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완전히 결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북한 관련 업종에서는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중반으로 적정 PER을 여전히 하회한다”고 설명했다.

◇ “경협주도 옥석가리기 필요”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을 뒷받침하듯 25일 국내 증시는 장 초반의 낙폭을 점점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54% 하락한 상태로 출발했으나 오전 11시 59분 기준으로는 전날대비 0.19% 떨어진 2461.32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도 낙폭을 0.82%에서 0.38%로 줄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밤 사이 뉴욕 증시도 장 초반의 하락폭을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 부분 만회했다”며 “금리 하락, 달러 약세전환, 불확실성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대형주 ETF(상장지수펀드)로는 대규모 자산이 유입됐다”고 전했다.

다만 직격탄을 맞은 남북 경협주는 투자자들의 ‘팔자’ 랠리에 크게 휘청이고 있다. 현대로템(064350)이 15% 이상 추락한 가운데 현대건설(000720), 현대시멘트, 현대엘리베이(017800), 현대상선등 현대 관련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눈에 띄는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 전기·전자, 의약품 등 지난 2~3년간 증시를 이끌어온 대표 업종들이 최근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개인 수급이 빠져나가지 않고 시장내 테마에 의해 도는 것이라면, 최근 약세였던 바이오·게임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판로가 확장되면 관련 기업들 실적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2~3분기 기대 업종으로 정보기술(IT)과 건설, 조선, 중국 소비주를 꼽았다. 조 연구원은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도 테마주에 흔들리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종목 중심으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