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폐경 전 유방암, 즉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분자생물학적 특징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서구권의 경우 유방암은 주로 '폐경 후 발생'이 80%로 많은 반면, 한국 등 유독 아시아권에서는 '폐경 전' 발생이 50% 수준에 달해 역학적 차이를 보여왔다. 그 이유를 유전체 분석을 통해 찾은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암병원 소속 남석진 유방외과 교수와 박연희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정밀종양학 분야 과학자인 정얀칸(Zhengyan Kan) 박사 공동 연구팀이 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서구 여성과 다른 아시아 여성의 유방암 특성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40세 이전의 젊은 여성에게서 유방암이 발병할 경우, 대부분 폐경 전으로 암 진행 속도도 빨라 치료가 잘 듣지 않고 장기적인 예후가 나쁜 특징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젊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 받은 유방암 환자 187명에게서 얻은 암 조직의 유전체를 분석한 뒤, 이를 국제 암유전체컨소시엄의 데이터(TCGA)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39.3세로 국제 컨소시엄 평균 58.3세에 비해 20세 가량 젊었다. 연구팀이 분석한 이들 환자의 유방암 특징은 서구권 환자와 상당 부분 달랐다.

유방암의 임상적 유형을 놓고 보면 아시아 환자의 경우 '여성호르몬/성장호르몬 수용체 양성(ER+/HER2+)'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삼성서울병원이 확인한 해당 유형의 환자 비율은 16.1%로, 국제 컨소시엄에서 발표한 서구권 5.4%의 3배에 가까웠다. 일반적으로 해당 유형에 속한 환자가 다른 유형에 비해 암이 빨리 자라고, 예후도 나쁜 편에 속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젊은 유방암 환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분자 생물학적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치료가 쉽지 않은 루미날 비(luminal B)형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시아 여성은 39.2%로, 33.2%인 국제 컨소시엄 보다 많았다. 루미날 비는 여성호르몬 수용체(ER+)가 있는 상태에서 암의 활성도가 높거나 성장호르몬 수용체(HER2+)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서구 여성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편인 루미날 에이(luminal A) 유형이 43.7%로, 아시아 여성 28.3% 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당 유형은 주로 여성호르몬 수용체(ER+)는 있지만 암의 활성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아시아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변이의 차이를 짚어냈다.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BRCA 유전자 변이 정도를 확인한 결과, 아시아 환자는 10.8%, 서구 환자는 4.7%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또 다른 암 관련 유전자인 TP53 역시 아시아 환자는 47.9%, 서구 환자는 32%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아시아 환자의 경우 서구 환자에 비교했을 때 면역 세포인 종양 침윤성 림프구(TIL)는 증가해 있고, 유방암 세포 성장억제 인자인 TGF-β의 분비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차이로 아시아 여성의 유방암이 서구와는 차별화되는 고유한 생물학적 동태를 가진다는 특성을 보여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박연희 교수는 "아시아 여성에게 유방암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이라며 "이번 연구로 아시아의 젊은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해가 분자생물학적 수준으로 깊어짐에 따라 향후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