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며 3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4차, 5차까지 집회를 열고 경영진 퇴진을 계속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경찰과 관세청 등 총 7개 정부기관이 한진그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역외탈세 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오너 일가는 더욱 궁지에 몰린 상태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수사 압박과 직원들의 '물러나라'는 주장에도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한 달 넘게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진에어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계열사 대한항공, 한진, 정석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외치는 대한항공직원연대의 세번째 집회가 열렸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오너일가 퇴진 요구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사실 직원들이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더라도 이들이 물러나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경영권은 회사의 의사결정권으로 단체협약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직원들이 앞장서서 경영권을 내려놓으라는 주장이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뼈아프기는 하지만, 부당한 요구로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회사가 임시주총을 열어 오너 일가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임시주주총회는 이사회가 소집을 결정하고 대표이사가 그 소집을 공고하는데, 현실적으로 자신의 해임을 결의하려는 임시주총을 대표이사가 소집할 가능성이 낮다.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임시주총의 소집을 청구해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이사회가 소집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총회를 소집하면 된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의결되려면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라는 엄격한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번 갑질 사건으로 만약 오너 일가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경영권 유지는 가능하다. 지난해 삼성과 롯데그룹의 총수들이 구속됐지만, 이들 역시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마지막 방법은 직원들이 이사해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해임 판결이 가능한 구조다. 이번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일탈은 경영 문제가 아니라 갑질 등 도덕적인 문제인 만큼 이사해임 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대한항공의 경영 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한항공은 매출액 11조8028억원, 영업이익 9562억원, 당기순이익 90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이익 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은 7년 만에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물러나라고 해도 오너 일가가 자발적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현재로는 별수 없는 구조"라며 "또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어 오너 일가 퇴진 이후 전문경영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