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회장을 애도하기 위해 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는 21일 오전부터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 첫날에는 가족 위주의 조문이었지만, 이틀째인 이날은 재계와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034730)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조문왔다.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구본무 회장 빈소를 찾은 윗줄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아래는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최태원 회장은 이날 점심 12시 쯤 빈소를 찾아 30여분간 머물렀다. 그는 고인과의 인연을 묻는 말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의선 부회장도 12시34분 빈소를 찾아 15분간 머물렀다. 앞서 빈소를 찾은 박용만 회장 또한 짧은시간 조문하고 침묵한채 빈소를 떠났다.

이외 이날 빈소에는 12시40분 기준 이석채 전 KT 회장,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무역협회장), 서창석 서울대학교 병원장,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찾아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희범 전 장관은 이날 공식 조문이 시작된 오전 10시 전부터 빈소를 찾았다. 그는 전날 밤에도 조문을 왔다. 이 전 장관은 2014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구 회장과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반기문 전 총장은 조문을 마치고 나와 구 회장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며 "직원과 소탈하게 지내오고 어딜가나 LG라는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면서 모범을 많이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인데 갑자기 돌아가신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인과 국민이 힘을 합쳐서 경제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고 외교부 장관을 할 때 영국에서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는데 우연히 구 회장과 옆자리에 앉았다"며 "당시 (내) 자리에 전기가 (고장나) 들어오지 않았는데 구 회장이 '나는 자료를 안봐도 되는데 보좌관은 자료를 봐야한다'며 자리를 바꿔줘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장관이 된 후 장관 공관에 구 회장 내외분을 모셨다"며 "오늘 사모님도 그 말씀하셨다"며 덧붙였다.

그는 "UN사무총장이 돼 (구 회장에) 전화를 한번 했는데 'UN사무총장 본관에 혹시 전기제품이 필요하면 한국제품으로 해 주겠다'고 해 인사말로 여겼다"며 "당시 UN사무총장 공관이 10개월간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호텔에 있으니 필요가 없다고 했다. 10개월 후에 사무총장 공관에 전기제품을 전부 다 LG로 바꿔줬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귀국 후 전화를 드리고 인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내가 머리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해서 목소리도 잘 안나오는데, 지나고 난 다음에 나아질테니 만나자'고 말했다"며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때 병원에 와서 문병이라도 했으면 하는 자책감이 생겼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고인은)기업인 시절부터 알던 분인데 정말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며 "아직도 할일이 많고 존경 받는 분인데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대기업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제 역할 열심히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작년 4월 뇌종양이 발견돼 몇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았다. 작년 9월엔 서울 마곡지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지만,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그룹의 전반적인 업무를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에 맡겨왔다. 구 회장은 1년간 투병을 하는 중에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중에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그룹은 장례를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뜻대로 비공개 3일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 빈소 입구에는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궤적에 따라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외부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족장이지만, 한국 경제사에 큰 역할을 해왔던 구 회장 타계 소식에 각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