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창업정신은 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한다는 인화(人和)경영이다. 구인회 창업주는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며 자식들에게 인화를 강조했다.
이런 인화경영은 1995년부터 시작된 구본무 회장 체제로 접어들면서 변화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당시는 세계무역기구(WTO·World Trade Organization)가 1995년 1월 1일 출범하는 등 글로벌 경영과 무한경쟁이 화두였다. 구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초우량 LG'로 거듭나겠다며 자율경영과 정도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LG그룹에는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있었는데,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에는 회장을 제외한 9명의 구성원 중 7명이 구씨, 허씨 사람들이었고 외부 전문경영인은 2명 뿐이었다. 구본무 회장은 구씨, 허씨 외의 외부 인원을 5명으로 늘리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자율경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정도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정도경영은 구본무 회장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취임 직후인 1995년 3월에는 LG공정문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2003년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5년에는 정도경영으로 그룹의 경영이념(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달성하자는 'LG 웨이(Way)'도 선포했다.
구 회장은 마지막까지도 임직원들에게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1월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최고경영진 40여명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경영의 문화를 더욱 강화시켜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