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실적 증가세가 올해 1분기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뒷걸음쳤다.

16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코스피 기업 544곳의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액은 463조894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8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42조8026억원)과 당기순이익(32조8337억원)은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9.96%, 2.63% 늘었다. 연결재무제표 제출 625사 중 금융업(43사) 등 81사를 제외한 통계다.

그러나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서는 실적 증가 폭이 다소 줄었다. 2017년은 연간 기준(533기업)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9.96%, 28.17%, 40.12% 늘었다.

1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9.23%로 작년 1분기(8.80%) 대비 0.43%포인트 올랐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7.08%로 0.15%포인트 낮아졌다. 1000원어치를 팔았을 때 원가와 인건비 등 판매 관리비를 제외하면 92.3원, 여기에서 이자 비용, 세금 등을 빼면 70.8원이 남았다는 뜻이다. 작년 1분기 1000원어치를 팔았을 때 순수하게 남는 돈이 72.3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 빼면 영업이익·순이익 줄어

반도체 호황으로 고공 행진 중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분기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이번에 분석한 코스피 상장사 544곳 매출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코스피 상장 기업의 매출액은 2.89%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43%, 13.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분기 24%에서 올해 1분기 36%로 늘었다. 상장 기업 전체가 1분기에 손에 쥔 이익 중 3분의 1은 삼성전자 몫이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이외의 대형사가 부진했던 점도 상장사 실적 개선세를 둔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매출액 3위 현대자동차는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53%, 47.95% 감소한 '어닝 쇼크'를 겪었다. 원화 강세와 미·중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5위 한국전력공사도 원자력발전소 이용률 하락, 민간 발전사 전력 구매 증가 등으로 1분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업종별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건설업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49% 늘어나는 등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2년 전 분양 물량이 이번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다. 전기·전자(57.90%), 의약품(30.01%), 의료 정밀(8.46%), 화학(4.53%)도 흑자 폭이 늘었다. 하지만 기계(-85.06%), 운수 장비(-52.28%), 철강 금속(-26.27 %), 유통(-18.86%) 등 9업종은 순이익이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 1분기 순이익 36% 늘어

코스닥 상장사는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분석 대상 834사의 1분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03% 늘어난 41조195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24% 줄어든 2조1224억원에 그쳤지만, 당기순이익은 35.92% 늘어난 1조81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회사가 보유한 금융 자산, 주식, 부동산 등의 가치가 오르면서 영업외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상장사의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15%, 순이익률은 4.42%였다. 특히 IT(정보 통신) 업종 407사의 순이익이 71.47% 늘어나는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비(非)IT 업종의 순이익은 소폭 감소(-0.41%)했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상장 기업의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미·중 무역 분쟁, 유가 상승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내년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