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의 'VVIP 카드(초우량 고객용 카드)'를 쓰고 있는 김모씨는 작년에 고민에 빠졌다. 평소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미안함을 느끼던 차에 아들이 생일 선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미 티켓은 몇 달 전에 동난 상태였다. 김씨는 삼성카드가 VVIP카드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컨시어지(concierge·개인 비서) 서비스'를 떠올렸다. 김씨가 VVIP카드 전담 직원에게 의뢰하자, 삼성카드는 외국 협력 업체들의 도움을 얻어 김씨에게 경기 관람권을 구해다 줬다.
카드사들이 소수의 초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발급하고 있는 'VVIP카드'의 서비스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무엇이든 도와주는'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를 높이면서 앞다퉈 이런 컨시어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각 카드사 VVIP카드들의 주요 정보와 특징을 모아봤다.
◇365일 24시간 '개인 비서' 서비스
국내에 VVIP카드가 생기기 시작한 건 지난 2005년 현대카드가 연회비 100만원짜리 카드를 내놓으면서 부터다. 이어 각 카드사는 VVIP카드들을 출시했다. 제공 혜택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현재는 대부분 VVIP카드 연회비가 200만원을 넘는다. 현대카드의 '더블랙'(250만원)이 제일 높고, 삼성카드의 '라움오', 신한카드 '더프리미어골드에디션', KB국민카드 '탠텀', 하나카드의 '클럽원'이 연회비 200만원을 받는다. 우리카드의 '로얄블루1000'과 롯데카드의 '인피니트'는 연회비가 100만원이다. 가입 방식도 일반 카드와 다르다. 카드사가 경제력과 사회적 위치 등을 바탕으로 선별한 초우량 고객만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카드 더블랙의 경우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약 1200명이다.
일반 카드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컨시어지 서비스다. 카드사가 국내외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VVIP 회원들에게 '개인 비서'처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연중 무휴로 제공한다. 맞춤 여행 설계, 국내외 레스토랑 및 문화 공연 예약, 희귀 명품 구매 대행 등을 비롯해, 회원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한국을 방문할 경우 체험 활동 계획 수립과 선물 제안까지 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현대카드도 컨시어지에 강점이 있다. 현대카드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VVIP회원의 요청에 따라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투어 일정을 짜주고, 산악 트레킹을 좋아하는 회원을 위해 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산 트레킹 계획을 수립해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해외 골프장, 요트, 크루즈 안내 및 예약, 한정판 상품 구매 지원, 해외 현지 통역 지원 등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해외여행 중 의료 상담 및 현지 병원 예약 등 의료 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회비 100만원이었던 기존 VVIP카드를 대신해 최근 200만원짜리 VVIP카드를 새로 출시한 신한카드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들의 수요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항공권·명품·호텔 혜택 풍성
VVIP카드에는 그 밖에도 일반 카드와 차별화된 혜택들이 있다. 항공권 혜택이나 명품 브랜드, 특급 호텔 바우처 제공이 주를 이룬다. 우리카드의 '로얄블루1000' 은 아시아 지역 왕복항공권 퍼스트클래스 업그레이드, 아시아 지역 동반자 왕복항공권 무료, 3인 이상 해외 동반 여행 시 1인 항공권 무료 등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 연 1회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명품숍 점장의 쇼핑 에스코트, 레스토랑 셰프의 의전 서비스도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VVIP카드 회원은 기업가나 임원이 많기 때문에 동반자 항공권 혜택이나 접대에 쓸 수 있는 바우처 제공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하나카드 '클럽원' 카드도 연 1회 국제선 항공권을 업그레이드해주거나 동반자에게 비즈니스 좌석 항공권을 준다. 롯데카드의 '인피니트' 카드는 1년에 한 번 국내외 동반자 왕복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며 국내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을 경우 축하금 100만원도 지급한다. 삼성·신한·현대카드도 항공권 혜택을 비롯 호텔, 골프장, 명품 브랜드 및 면세점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KB국민카드는 '탠텀' 카드 회원들에게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 PB센터 내 탠텀 전용룸을 이용할 수 있고 국내외 부동산 컨설팅, 증여·상속·절세 컨설팅, 자녀 유학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카드사로는 적자지만 법인 영업에 도움
연회비가 100만~250만원에 달하지만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를 제외한 대부분 카드사는 VVIP카드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고비용 혜택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VVIP카드가 적자 폭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회원 중에 기업 소유주들이 많다 보니 VVIP카드가 좋은 인상을 남기면 해당 기업 법인 카드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카드사들은 VVIP 모객을 위해 카드 소재와 디자인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한카드의 '더프리미어골드에디션'은 도금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카드에 금을 입혀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