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급변동으로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이익)이 개선되고 있어 2분기 실적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6.8% 늘어난 12조1661억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16억원으로 29.1% 줄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다른 회사 사정도 비슷하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이 5850억원에 달했던 업계 2위 GS칼텍스는 올해 2807억원으로 줄었다.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작년 1분기보다 23.4%, 11.6% 줄어든 2555억원, 31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란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오른 국제 유가가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 1월 배럴당 67.98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 가격은 2월 중순 59.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3월 말 65달러대를 회복했다.

그나마 국내 정유사들은 화학·윤활유 등 비(非)정유 사업 비중을 늘려온 덕분에 실적 하락 폭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정유 사업은 유가·환율 등에 따라 수익이 크게 변하지만 비정유 사업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이익의 64.4%가 비정유 부분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정유사 실적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나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1월 배럴당 6.2달러까지 떨어졌던 정제 마진이 4월 들어 6.7달러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감소,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중국이 석유 제품 수출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제 마진이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면 2분기 정유사 실적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